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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교회가 교회다워졌다”…노숙인에 떡국 나눌 명동성당 안 ‘명동밥집’

등록 2021-02-09 16:49수정 2021-02-10 09:33

명동성당 안에 문 연 급식센터
노숙인보다 많은 봉사자로 북적
12일 3시 도시락 외 떡국도 준비
세뱃돈 1천원 나눔 통해 이웃사랑
한 중년 남성이 명동밥집에서 도시락을 받아 명동대성당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한 중년 남성이 명동밥집에서 도시락을 받아 명동대성당을 내려오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노숙인과 홀몸노인은 명절에 더욱 견디기 힘들다. 추위와 배고픔에 외로움까지 더해져서다. 명절이 되면 선물 보따리가 오가지만 이들을 위한 선물은 없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설날에도 문을 열어 떡국을 나누는 명동밥집이 있어서다.

명동밥집은 설 당일인 12일 오후 3시, 평소 나눠주던 도시락 외에 떡국도 나눌 예정이다. 방문자에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인 유경촌 주교가 주는 세뱃돈도 1천원씩 나눈다. 적은 돈이지만, 외로운 당신을 잊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사랑의 표현이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난달 6일부터 매주 수·금·일요일에 도시락을 나눠주는 명동밥집은 급식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첫 급식 때 109명이 찾은 것을 시작으로 매번 수가 불어, 현재는 평일 350명, 일요일엔 470명에 이른다. 명동밥집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지금은 에스케이(SK)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후원하는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지면 봉사자들이 조리해 음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명동밥집에서 급식을 받은 이들이 명동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명동밥집에서 급식을 받은 이들이 명동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명동밥집은 명동대성당 안에 있는 옛 계성여고 샛별관에 자리하고 있다. 비싼 땅값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유명한 명동에서 처음 밥집을 연다고 했을 땐 “왜 하필 명동대성당에 노숙자를 불러들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작지 않았다. 명동밥집 장석훈 센터장은 “도시락을 넉넉하게 준비해둘 테니 너무 일찍 와 주위를 배회하지 않도록 노숙인들에게 안내하는데, 대부분 협조를 잘해준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엔 성지인 명동대성당이 지저분해진다는 불평보단 “이제야 교회가 교회다워졌다”는 호응이 더 많다. 예상을 몇 곱절 뛰어넘는 자원봉사 지원자가 줄을 선 것이 이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봉사 신청자는 460여명이다. 밥을 먹으러 오는 노숙인 수 이상으로 봉사자 수가 많은 셈이다. 명동밥집에서는 봉사 신청자들이 조를 짜 1회에 20여명씩 교대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원으로 정년퇴직한 장용일(63)씨는 “평소 지하철역 노숙자를 볼 때 나도 일이 잘 안 풀렸다면, 저렇게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나온다”며 “명동대성당에서 이런 일을 한다니 가톨릭 신자로서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처럼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듯이, 명동대성당을 야전병원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려는 봉사자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명동밥집에서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명동밥집에서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명동밥집 제공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김정환 신부는 “지난주엔 만취한 노숙인이 소란을 피워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소동이 일어 노숙자들이 신자들과 충돌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숙인들 대부분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해 나름의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봉사자들이 노숙인을 본 뒤 안 나오면 어떻게 하나 우려도 했는데, 매번 큰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는 것을 보며 교회가 더 튼튼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외의 대표적 가톨릭 매체인 <피데스>(Fides)와 <아시아뉴스>, <아시아가톨릭뉴스>(UCA News) 등도 최근 교황의 말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명동밥집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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