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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계가 미얀마 민주화에 앞장 선 까닭은?

등록 2021-02-22 17:55수정 2021-02-23 08:48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선 스님들. <비티엔>(BTN) 갈무리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선 스님들. <비티엔>(BTN) 갈무리

미얀마에서 군부의 발포로 시위 참가자가 잇따라 사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불자들이 미얀마 군부의 폭압을 강력히 비난하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최근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연대 성명서’를 내어 계엄령 철회와 폭력진압 중단, 민간 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촉구하며 이런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1980년 전두환 군부 정권에 의한 광주시민 학살을 계기로 지선 스님(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을 비롯한 승려들이 결성한 불교계의 대표적 참여단체다. 이 단체는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를 활용해 미얀마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며 연대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1개 불교 엔지오(NGO)도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불교계 시민단체’를 결성해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들은 “불교적 가치로 볼 때 쿠데타와 폭력적 진압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쿠데타 중단을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 노조도 “수행하고자 세계인이 찾는 나라인 아름다운 미얀마를 위해 총칼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21일 밤엔 명상단체 연합인 ‘평화가 되자’(Be The Peace)가 한시간 동안 미얀마 평화를 위한 평화 명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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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나선 스님들. <비티엔(BTN)> 갈무리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해 인구의 90%가 불자인 불교국가다. 하지만 한국 불자들의 특별한 관심은 미얀마가 불교국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얀마는 남다른 수행 열정을 지닌 한국 불자들이 타이(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제치고 해외 수행처로 첫손에 꼽는 나라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얀마가 석가모니 당시의 수행법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한국 수행계에 ‘미얀마행 열풍’이 번졌다. 미얀마는 불교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초기 불교 수행법이 멸실된 이후에도 유일하게 그 명맥을 이어온 나라다. 서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음챙김 수행의 원조가 바로 미얀마의 위파사나다. 유발 하라리 등이 수행한다는 고엥카 수행센터의 원조도 미얀마다. 미얀마 수도 양곤을 비롯해 유명한 위파사나 수행처엔 한국인 수천명이 매년 짧게는 몇주에서 길게는 몇년씩 머물다 간다.

성철스님이 머문 해인사 백련암에서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가 2005~2007년 미얀마에 머물며 위파사나 수행을 한 제따와나선원장 일묵 스님은 “현지에선 스님이라 하더라도 정치 이야기를 하면 절이 폐쇄되고 잡혀가는 분위기였다”며 “미얀마 군부가 수행센터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면서 현실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불교계는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이 한국 상황의 재연’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워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일문 스님은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전까지 군부로부터 도움을 받은 고위층 스님들은 독재에 협력하고 젊은 스님들만이 민주화에 동참했다. 미얀마에서도 젊은 스님들만이 위험을 무릅쓰고 길거리로 나서는 형국”이라며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고승들이 양심의 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군부에 의한 12·12 쿠데타에 이은 5·18 광주 학살 때 국제적인 연대와 도움을 받아 민주화를 이룬 역사가 있다”며 “비슷한 과정을 겪는 미얀마 시민과 불자도 그런 도움이 절실한 만큼 불교계가 앞장서 연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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