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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평화 없이 국가간 평화 없다” 한스큉 가다

등록 2021-04-07 18:55수정 2021-04-08 09:22

스위스 사제 겸 신학자 한스 큉 선종
‘교황 무오류설’ 비판 설교권 박탈도
스위스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한스 큉. <한겨레> 자료사진
스위스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한스 큉. <한겨레> 자료사진

“종교 간 평화 없이 국가 간 평화도 있을 수 없다.” 이런 명언을 남긴 스위스 가톨릭 사제이자 신학자인 한스 큉이 6일(현지시각) 독일 튀빙겐의 자택에서 선종했다고 글로벌윤리재단 대변인이 전했다. 향년 93.

큉 신부는 21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이자 현존하는 종교계 최고 지성으로 꼽힌다. 가톨릭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1962~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주교들에게 조언하는 최연소 신학자로 참여했으며, ‘교황에겐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교황 무오류설’을 정면으로 비판해 마르틴 루터 이후 가장 도전적인 사제이자 신학자로 평가받는다. 교황 무오류설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1979년 교황청의 종교재판에 의해 그가 설교권을 박탈당하자 전세계 신학자 수백명이 비판에 가세하며 파문이 확산됐다.

그는 사제 독신제 폐지, 여성 사제 서품, 피임, 낙태, 이혼, 동성애 문제 등에 있어서도 가톨릭 전통과 달리 열린 자세를 보였으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퇴행시켰다는 이유로 요한 바오로 2세를 비판했다. 이런 개혁적 주장을 하면서도 그는 사제직을 유지했으며, 교황제도 자체를 존중하며 2005년 오랜 절친이던 교황 베네딕도 16세와 만나 대화를 나눴고, 2016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황 무오류설 토론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1928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난 그는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뒤 1954년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았다. 이어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과 가톨릭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해 1957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59년까지 루체른에서 사목 활동을 하다가 60년부터 튀빙겐대학의 신학 교수로 재직했다.

큉 신부는 세계종교인평화회의 의장을 지냈고, 1996년 대학에서 퇴임한 뒤 글로벌윤리재단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왜 그리스도인인가> <교회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문학과 종교> <중국종교와 그리스도교> <세속 안에서도 자유> <세계 윤리 구상>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그리스도교 여성사> <이슬람> 등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특히 <지구윤리구상>을 통해 ‘지구 윤리 없이는 생존이 없다’, ‘종교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가 없다’, ‘종교 대화 없이는 종교 평화가 없다’는 세가지 모토를 제시하며, 세계 평화를 위한 문명 간 대화를 주장했다. 1998년 9월 유엔총회에서 이란 대통령 하타미가 큉 신부의 구상에 호응해 2001년을 ‘문명 간의 대화의 해’로 정해 ‘보편적 정의와 자유의 실현’을 위한 첫 단계로 삼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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