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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무 절반 ‘자살예방 전문가’로 양성하겠다”

등록 2023-04-12 21:18수정 2023-04-13 02:00

나상호 교정원장 ‘대각개교절’ 기자간담회
‘다 같이 살자, 다 함께 살자’ 봉축표어로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다른 종교들과 달리 원불교는 교주의 탄생일이 아닌 깨달은 날을 경축한다. 인간은 그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많이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깨달을 수 있다.”

원불교 최대 경축일인 대각개교절(28일)을 앞두고 행정 수반인 나상호 교정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원남교당 대각전 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아니나다를까 교당의 핵심공간인 대각전임에도 불상도, 교주인 소태산 대종사의 상도 찾아볼 수 없다. 정면엔 원으로 된 빛만이 보인다. 원불교에서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있다고 믿는 법신불을 상징하는 일원상이다.

서울 원남교당 대각전. 조현 종교전문기자
서울 원남교당 대각전.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 원장은 “원불교는 깨달음을 위한 마음 공부를 중시한다. 또 천지부모의 은혜에 대한 감사생활을 강조한다”며 생활불교, 실천불교다운 구체적 실천사례를 제시했다.

“전국 13개 교구에서 희귀난치병 환자들을 돕고 있고, 하루에 30명 넘게 스스로 목숨을 내놓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지난해 말 서울 상계, 홍제교당 두곳을 생명사랑센터로 지정하고, 서울과 익산에서 지난 2월 30명의 생명존중 전문가 양성을 시작으로 다시살림센터를 발족해 전체 교무의 절반을 생명존중(자살예방) 전문가로 양성하는 일을 시작했다.”

또 유네스코가 주목할 정도인 원불교 교당들의 친환경 활동도 소개했다. 현재 국내 원불교 교당 520개 가운데 100개 교당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모든 원불교 기관까지 재생 에너지로만 사용하는 ‘RE100 원불교’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원불교 원남교당. 조현 종교전문기자
서울 원불교 원남교당.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 원장은 “원불교는 36년마다 장기계획을 정하는데 올해로 창립 108년이므로 내년에 새로운 36년이 시작된다”며 젊은 세대의 교화를 위한 변화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원불교는 지난 2019년 독신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던 남자 교무과 달리 여자 교무가 되려면 독신인 정녀 서약을 해야 했던 규정을 없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혼한 여자교무는 없다. 나 원장은 “관습때문”이라고 답했다. 나원장은 ‘원불교에서 여자 교무가 최고지도자인 종법사가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가능하고 남녀차별은 없다”면서 “(다른 종교와 달리 원불교에서는) 남자 교역자가 선배인 여자 교역자에게 절을 하는 것을 당연시하기에, 여자 종법사 후보가 올라온 적은 없지만 되어도 자연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위패를 모신 서울 원남교당 영묘전. 조현 종교전문기자
위패를 모신 서울 원남교당 영묘전.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 원장은 또 성소수자에 대한 원불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반 신도들은 성소수자라고 막지는 않지만 아직 성직자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근 외국인 동성애자 2명이 교무를 지원했다가 되돌아간 적이 있다”면서 “이 규정이 개정되려면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의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아직은 찬성이 일부에 그치지만, 추후 인식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보았다.

나 원장은 총부와 원광대와 원광대병원 등 원불교 주요기관 등이 자리한 본산인 전북 익산에서 개신교의 반대로 국제선센터 건립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국제선센터가 전남 영광에서는 건립됐는데 익산에선 무산됐다”며 “저희도 교세를 유지 내지 확장해야 해서 익산에 너무 미련을 가질 수 없고,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때 원광대 공대를 경기도 평택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했던 원불교가 교단 주축을 익산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비친 셈이다.

서울 원남교당 인혜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서울 원남교당 인혜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 원장은 5개월 전 준공된 원남교당을 안내하며 올해 봉축 표어이기도 한 ‘다 같이 다 함께’를 실현할 것임을 내비쳤다. 원남교당은 1676㎡대지에 50여년된 옛교당을 헐고,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종교건축을 세웠다.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탄 조민석 소장이 설계해 건축가들의 순례지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새 교당은 원남교당 교도였던,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의 모친인 김혜성 종사가 2013년 열반하면서 희사한 유산 전액 168억5천만원과 원남교도들의 정성이 모아져 신축됐다. 이에 따라 교당 마당엔 홍라희씨의 부친 홍진기 전 법무부장관의 법명인 홍인천과 김혜성의 가운데 자를 딴 인혜원(仁慧苑)이란 한옥 법당이 들어섰다. 서울대병원과 붙어있는 원남교당 옆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넥슨 김정주 회장 유족들의 기부로 서울대병원 소아암센터가 건축되고 있는데, 원불교는 소아암센터 환자와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쉼터를 교당 마당에 마련해줄 계획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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