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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마음 공부해 ‘착한 신부’에서 ‘웃기는 신부’ 됐죠”

등록 2021-02-01 04:59수정 2021-02-01 08:45

[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사진 조현 기자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사진 조현 기자

서울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 3층에 가면 ‘웃기는 신부’가 있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67)다. 웃기는 신부의 말에 웃다 보면 어느새 천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그래서 그는 ‘속풀이 상담가’로도 불린다. 남들은 은퇴를 준비할 나이지만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벗어야 산다> <착한 사람 그만두기>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에 이어 이번엔 <꼰대 신부 홍성남의 웃음처방전>(아니무스)와 <혼자 마음을 치유하는 법>(가톨릭출판사)을 동시에 펴냈다. 홍 신부를 만나 코로나 시대의 대처법을 들었다.

‘난 정직한 신부다. 그래서 받은 만큼만 일한다. 그런데 신자들은 왜 불만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계속 정직하게 살려는데 왜 속이 찜찜할까. 왜 주님께서는 꿈속에서 날 보고 시벌 놈이라고 욕하시는 것일까? 꿈속에서 성질나서 “머리 깎꼬 절이나 갈랍니다”라고 했더니, 제발 그래 달라 하신다. 우이씨~.’

<꼰대 신부…>에 나온 글처럼 그에게 ‘착한 신부’를 기대할 순 없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이야 말로 가족애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착한 조언’도 기대할 수 없다.

“종일 한 방에서 같이 밥 먹으면 얼마나 견딜까. 꼴 보기가 싫어지다가 며칠 더 지나면 미칠 것이다. 다들 예민해질 때는 안 건드리는 게 상책이다. 기분 좋게 해줘도 시비가 될 수 있으니, 어지간하면 서로 없는 듯 자기 방에 들어가서 최대한 혼자 놀아라. 기도와 식사는 같이 하지만 끝나면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수도원처럼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금은 멈춤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듯, 가톨릭식으로 말하면 피정의 시간이므로 자신을 들여다보고 살 방향을 정해야 하는 때라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를 잘 대우해줘야 한다. 맨날 라면이나 패스트푸드만 먹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박대하면 몸과 마음이 보복한다. 코로나 시대에도 삶의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심리전문가로서 그는 이런 격리 상태가 지속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전화나 에스엔에스(SNS)를 통해서라도 친구나 이웃에게 속풀이를 하는 교류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달동네보다 아파트를 선호하고, 관계 맺기보다는 격식을 갖추며 거리를 유지하는 걸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일본 후배들에게 들어보면 속내를 감추는 ‘혼네 문화’로 인해 겉은 멀쩡한 듯 보여도 속이 곪아간다고 한다. 일본인이 신경 통증이 유독 많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도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 이런 경향이 짙다.”

‘착한 신부 역할극’ 힘겨워하다
심리상담 배워 ‘속풀이 상담가’로
작가·방송인·유튜버 전방위 활약
“어려울수록 자기 잘 대우해야
자신 박대하면 몸·마음이 보복”

‘꼰대신부 홍성남 웃음처방전’ 등 내

가톨릭에서도 침묵의 영성과 모범적인 사제상을 강조하며 제 속을 터놓지 못하는 문화가 짙다고 한다. 그도 밤늦게 전화한 스토커에게까지 노래를 불러주며 ‘모범적 사제’가 되려고 무던히 애쓰던 신부였다. 그런 그가 뒤늦게 심리 상담을 배운 것은 ‘착한 신부 역할극’을 하며 ‘예·아니오’도 못하고 끌려다니다 보니 탈진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사진 조현 기자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사진 조현 기자

몇 명 앞에만 서도 떨려서 말을 못 하던 소심증인 줄 알았던 그는 이제 “앞에 사람이 없으면 짜증이 난다”고 할 만큼 작가, 방송인, 유튜버로 활개치고 있다. 심리 상담을 배운 뒤 욕구를 정직하게 들여다 보고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자신을 재발견한 결과다. 그는 어미 닭만 졸졸 따라다니던 착한 병아리 역할을 벗어던지고 독수리가 되어 욕먹을 소리만 골라서 해댄다. 성직자이면서 “종교 사기꾼을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명동에 특히 많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 펼침막을 든 이들을 두고만 볼 그가 아니다. “설사 자식이 자신을 해쳐도 ‘밖이 추우니 옷 입고 나가라’고 당부하는 게 엄마의 마음이다. 그런데 신이 자기 말 안 들었다고 지옥 유황불에 넣어 바비큐를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인간도 그런 짓을 하면 당장 감옥에 보낼 텐데 신을 그런 악독한 범죄자로 만들다니.”

그는 “베네딕도 교황이 ‘의심하면서 믿는 이가 신자, 의심하면서 안 믿는 이가 불신자’라고 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 예수 믿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믿음이 없는 증거로, 심리학적으로 이를 반동현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 자식 관계에서 만약 아이가 ‘아버지, 믿습니다”라고 하고, 밥 먹을 때도 ‘먹어도 되냐’고 묻고, 자다 깨서도 아버지만 바라보면 아버지 입장에선 미칠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부모를 잊고 잘 놀 때 안심한다. 아이의 불안을 키워 아버지만 쳐다보는 강박증 환자를 만든다면 실은 이를 이용해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종교 사기꾼이 틀림 없다.”

그는 개신교인이 저지른 훼불 사찰을 돕다가 해임된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를 법원의 판결에도 복직시키지 않는 신학교와 개신교단의 사례를 보면 “마녀사냥을 일삼은 중세 가톨릭을 보는 것 같다. 원리주의자들은 아이에스(IS)나 탈레반이나 히틀러나 전광훈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홍 신부는 천국이란 상대방을 지옥으로 던지고 자기들만 차지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만나 어울리는 곳’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처럼 ‘착한 신부’로 돌아와 ‘좋은 관계’의 비법을 전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자기밖에 모른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타성 훈련을 해야 한다. 요인 경호원도 당연히 총 맞는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지만 자신의 몸을 던지도록 훈련하듯 인간도 함께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해야 공존할 수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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