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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간첩 증거조작, ‘꼬리 자르기’ 수사를 경계한다

등록 2014-03-20 19:03수정 2014-03-21 09:31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은 19일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김아무개 과장을 구속한 데 이어,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증거 조작이 어떻게 결정되고 지시·보고됐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 진전에 따라 윗선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설 수도 있지만 자칫 좌초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윗선 수사’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 과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은 문서 위조 사실을 몰랐으며 위조를 지시하거나 보고한 윗선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 내 지시·보고 관계를 입증할 물증 확보도 쉽지 않다. 검찰은 지난주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증거조작에 연루됐을 국정원 수사팀의 명단과 지휘·보고 체계를 보여줄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탓이겠다. 이대로라면 수사가 더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검찰 수사가 ‘꼬리 자르기’로 끝난다고 해서 그런 결과가 사실로 받아들여질 리는 만무하다. 국정원은 엄격한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운영되는 조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집된 정보는 일일이 평가돼 윗선으로 전달된다. 각종 공작 활동 하나하나에 대해 지시를 받고, 그 결과와 경위가 보고된다고 한다. 그런 조직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수사한 중요 사건에서 위조문서를 증거랍시고 제출한 일이 지휘·보고 체계 밖에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지시나 보고 없이 한두 사람의 독자적 판단으로 그런 일이 저질러졌다면 국정원 지휘부는 내부 감찰을 해야 한다. 그런 감찰이 지금껏 없었다는 것이 윗선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증거 위조가 이미 사실로 확인된 터인 만큼, 검찰은 여기서 좌고우면하며 머뭇대선 안 된다. 증거조작은 국가체제의 근간인 형사 사법체계의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 사태다.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이 드러난다면 그 책임을 묻고 바로잡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수사 대상인 국정원이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직을 걸고 가능한 수사 방법을 다 찾아내야 한다. 사건을 애써 축소하려 들지도 말아야 한다. 파장의 크기를 의식해 엉뚱하게 형법의 모해증거위조 혐의 따위를 내세울 게 아니라, 법원칙대로 이미 혐의가 분명해진 국가보안법의 간첩날조 혐의를 적용해야 마땅하다. 총체적 조작으로 굳어져 가는 애초 간첩사건의 공소유지도 더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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