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2014년 1월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증거 조작 등에 가담한 혐의로 고소당한 수사팀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이 사건에 연루된 국가정보원 수사관 두명은 불구속 기소돼, 검찰이 자기 식구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국가보안법 위반(무고·날조)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소한 이아무개 수원고검 검사와 이아무개 전 검사(현 변호사)를 지난 4월 ‘증거 불충분’ 사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이 1일 드러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3년 2월 유씨를 구속 기소했다. 화교 출신 탈북민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정착한 뒤에도 여러 차례 밀입북하며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 정보를 동생인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였다. 하지만 유우성씨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중앙합동신문센터 조사 때, 유가려씨의 인권을 침해하고 관련 증거 서류를 위조해 재판부에 제출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검찰이 국정원의 위조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유우성씨는 같은 달 자신의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 수사관 4명과 검사 2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검사들이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유가려씨를 불법 구금하고 변호인 접견을 차단했고 △유우성씨가 북한에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숨겼으며 △거짓으로 작성된 유우성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과 의견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무고·날조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고소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무고·날조죄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간첩죄와 형량이 같은 중범죄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두 전·현직 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면죄부를 제공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이 검사 등의 불기소 결정서를 보면, 검찰은 이 전 검사가 유가려씨의 변호인 접견 차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과 협의한 내부 문건까지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변호인 접견 허용과 관련 국정원이 먼저 빗장을 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유가려씨가)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법적 허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 고수 필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전 검사가 유가려씨를 불법 구금하고 변호인 접견을 차단하려는 범행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유우성씨에게 유리한 자료와 진술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와 관련해선 “기소 과정에서 증거나 진술이 누락된 사실을 몰랐다”, “수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공판 과정에만 관여했다”는 이 전 검사와 이 검사의 각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들 검사는 국정원의 유우성씨 출입경 기록 위조와 관련해서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지적한 뒤 알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검사가 허위로 발급된 사실을 알았거나 의심했다면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반면 검찰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폭력을 행사하며 유가려씨에게 진술을 강요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위증)로 국정원 조사관 박아무개씨와 유아무개씨를 지난 3월 불구속 기소했다.
유우성씨 변호인단의 양승봉 변호사는 “수사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의 강제수사 없이 이뤄진 부실 조사의 결과”라며 “애초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정필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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