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와 유씨의 변호인단이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와 국가정보원 수사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 2명과 국정원 수사관 4명, 허위 증언을 한 탈북자 1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화교 출신 탈북자인 유우성씨가 수차례 밀입북해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정보 파일을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지난 8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위조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나아가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수사·공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당시 부장 이상호)가 유씨에게 유리한 수사 내용이 은폐되고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정황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가령 법정에 제출된 유씨 사진의 위치정보를 국정원은 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누락했고, 검찰은 조서의 진술내용과 일치하지 않음에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과거사위는 검찰이 국정원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출입경 기록과 영사확인서 등이 핵심 증거였는데도 발급 경위를 검증하지 않았고, 유씨에게 유리한 통화내역이나 가려씨의 진술서가 송치 과정에서 누락됐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검찰 조사팀(당시 팀장 노정환)을 꾸려 수사를 진행했으나 ‘담당 검사가 국정원에게 속았다’고 판단해 2014년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했고, “국정원에 속았다”는 말만 믿고 이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을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결론내렸다.
유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에 증거조작이 밝혀졌을 때 검찰에서 제대로 조사했으면 이렇게 재조사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저는 운좋게 수사 진행 중에 밝혀졌지만, 어떤 분들은 징역을 살고 가족과 헤어졌고 죽어서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꼭 간첩이 만들어지지 않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가해자가 처벌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장경욱 변호사는 “검찰 과거사위 조사단의 노력으로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발굴된 만큼, 그 성과에 기반해 이 사건 진상규명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라고 본다”면서 “검찰총장은 자기 식구 검싸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로 범죄에 가담한 검사들을 일벌백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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