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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또 제 식구 감싼 검찰, ‘한명숙 수사’ 진상 밝히겠나

등록 2020-06-02 17:51수정 2020-06-03 02:40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을 받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진정을 받아 진상 파악에 나섰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으로 정착한 탈북민 유우성씨를 조작된 간첩 증거로 기소했던 검사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검찰의 구태가 어김없이 반복됐다. 마침 강압·조작 수사 의혹이 불거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도 검찰이 자체 조사에 나서기로 했는데, ‘셀프 조사’로 진상 규명이 가능할지 의구심부터 든다.

유우성씨 간첩 조작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불법 구금, 증거 조작,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 은닉 등 심각한 불법을 저지른 사건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과거사위원회도 지난해 2월 검찰이 위조된 증거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유씨가 이를 근거로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들을 고소했는데, 검찰은 국정원 수사관만 불구속 기소하고 검사 2명은 슬그머니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종종 과도하다시피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이 내부의 비위에 대해선 축소·은폐에 급급했던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작된 증거를 내밀며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몰아간 것은 검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중대 사안이다. 이마저도 엄단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검찰에 더 이상 자정 능력이 남아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외부의 감시·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한 전 총리 사건의 위증 교사 의혹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맡겼다. 검찰의 회유로 허위 진술을 했다는 당시 재판 증인의 진정서가 법무부에 접수됐고, 이 진정 사건을 인권감독관에게 배당한 것이다. 이런 형태로나마 조사가 시작된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검찰의 조직 감싸기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겠냐는 부정적 전망부터 나오는 게 사실이다. <채널에이> 관련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미온적인 수사도 이런 불신을 더한다.

한 전 총리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진술 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유우성씨 간첩 조작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검찰이 이번에도 무성의한 태도나 꼼수로 대응한다면 외부에서 주도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가려야 한다. 공수처 출범도 앞두고 있다. 검찰은 내부 의혹에 엄정하게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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