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십리에서 해당화를 만나다 참으로 오랜만에 양손에 신발을 들고서 맨발로 낙산해변을 가만히 걸었다. 으스름녁에 만난 ‘철 이른’바다는 생각보다 훨씬 한적했다. ‘철 지난’ 바닷가의 푸석푸석한 풍광과는 전혀 격이 다른 풋풋한 한가함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자락은 여전히 아득했다. 애매하게 긴 거리는 대충 ...
물이 매양 흐르기만 한다면 언젠가 스스로 그 피로함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머물기만 한다면 고인 채로 썩어버리게 된다. 흐름과 멈춤의 적절한 조화로움을 통해 물의 삶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그것처럼 인생사 역시 흐를 때는 흘러야 하고 멈출 때는 멈출 줄 알아야 한다. 혹여 그 중지가 스스로 선...
백성호의 《현문우답》을 읽고 성인의 말씀을 끌어오고 권위있는 학자의 설을 장황하게 인용하는 이유가 뭘까? 거기에는 결국 내 말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려는 속내가 갈려있다.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음은 결국 남의 입을 빌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력이 붙고 내공이 쌓이게...
무르익은 봄날에 찾아가는 마곡사의 환상적인 봄길은 갖가지 꽃과 여리디 여린 잎으로 꾸며놓은 무릉도원이었다. 예로부터 호서지방에서는 ‘춘마곡(春麻谷)’이라고 했다. 봄에는 마곡사의 경치가 인근에서 가장 으뜸인 까닭이다. 현재 우리처럼 그 시절에도 봄을 즐기기 위해 이 골짜기(谷)로 마(麻)처럼 삼삼오오 무리...
일만 많고 돈 안 되는 설계는 늘 그의 몫고인의 애창곡 ‘봄날은 간다’ 함께 불러줘 “언제부턴가 나는 2월 말이 지나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봄이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나는 어떤 확신에 도달해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틀림없이 어느 해인가에는 봄이 오지 않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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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스스로 행하는 ‘가지치기’ 암자 한 켠 구석자리에 패어놓은 장작은 혼자 머무는 거사가 익숙한 솜씨로 주변 산 언저리에서 간벌한 것이다. 톱으로 적당한 크기로 잘랐고 시간날 때마다 도끼로 패 놓았다. 잘 말린 후 쌓아서 지붕까지 해달았다. 비나 눈으로부터 젖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 지붕 처마에도 ...
살기 좋은 곳을 표현한 말은 유토피아 샹그릴라 도화원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는 있을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을 전제하며, 샹그릴라는 평생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누릴 수 있는 곳이며, 도화원은 항상 꽃들이 가득한 낙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지...
조용헌의 ‘백가기행’, 집 읽어내는 안목 탁월 재테크로 분주한 세상의 모든 집은 ‘불난 집’
인사동에서 낙원상가 방향으로 걷다보면 일부러 가려놓은 듯한 기와지붕과 높다란 담장을 만나게 된다. 고개를 들면 한문으로 쓰여진 작은 크기의 ‘오진암(梧珍庵)’이란 글씨가 큰 문패처럼 달려있다. 50여 년 전에 주인장이 고급 한정식집을 열면서 마당에 큰 오동나무(梧)가 보물(珍)처럼 우뚝한지라 그 이미지를 빌...
2010년 8월1일 경주 안강의 양동마을과 안동 풍산의 하회마을이 우리나라에서 열번째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뉴스가 브라질로부터 날아왔다. 이제는 문화적 저력이 국제사회의 으뜸가는 경쟁력이요, 또 국격인 시대인지라 그 소식은 한여름의 삼복 무더위를 식혀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서원 안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