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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등록 2022-01-18 10:42수정 2022-02-18 16:19

[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②
국내 첫 반려동물장례 인식조사
② 가족이 떠났는데, 경조휴가 1주일 낼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보호자 49.8%가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보호자 49.8%가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는 조사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②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③ 강아지별이 슬픔으로 반짝일 때…‘온전한 사랑’을 배웠다
④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⑥ 가족이 떠났는데, 경조휴가 1주일 낼 수 있을까요

‘아이를 보내고 나니 청춘의 한 페이지가 뜯겨져 나간 것 같다. 뜯긴 자리가 너덜너덜하고 공허하다. 밥 먹다 목이 메어 밥을 물리고, 이를 닦다가 울고, 물을 마시다 울고, 앉아서 울고, 일어나서 울고, 누워서 울고, 베개가 마를 날이 없다.’

반려인 차윤주씨는 2019년 15살 고양이 ‘미미’를 잃고 1년 이상 상실감과 죄책감, 무기력, 우울감 등에 휩싸였다. 활동적인 성격이었지만 괜찮은 척 하기 싫어 사람 만나는 걸 기피하게 됐다. 사회 활동도 줄어들었다. 반려동물을 잃고 복합적인 슬픔이 지속되는 증상인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경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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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반려인(‘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농림축산식품부)인 가운데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보호자 중 절반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2021년 12월21일~23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벌인 결과,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본 반려인 49.8%가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많이 꼽은 것은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많이 꼽은 것은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의 49.8%(267명)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꼽은 것은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이었다. 우울증(19.5%),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죽음에 대한 분노(7.9%) 등이 뒤를 이었다. 일상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1일이 5.7%, 32~100일 12.8%, 101~180일 12.5%, 181~365일 18.1%, 366~730일 25.7% 등으로 나타났다. 731일 이상이 걸렸다는 답변도 25.3%나 됐다.

응답자 1천 명 중 반려동물과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3%였으며, 이들 가운데 76.2%(536명)가 동물을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전국 18살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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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애도 시간과 공간 필요’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잃고 겪는 우울감, 죄책감,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오랜 기간 이어져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의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이별하며 슬픔을 겪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펫로스 증후군을 의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응답자들이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충분히 애도, 추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란 응답이 25.1%로 가장 많았고, ‘슬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상담’ 16.1%,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 13.9%, ‘펫로스 방지 교육프로그램’ 12.1%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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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는 합법적 장례 방식 몰라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장례 절차나 방식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가운데 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이는 절반 가량이었지만, 실제로 장례를 치른 경험은 39.1%에 불과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추모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추모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동물의 사체 처리 방법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비율도 40%에 달했다. 올바른 사체 처리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2.3%는 ‘주변 산에 묻음’이라 답했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8%였다.

현행법상 합법적인 동물의 사체 처리는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폐기물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하는 방법,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를 통하는 방식이다. 이외에 땅에 묻거나 이동식 장묘업체 등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운영 중인 장례식 내부 봉안당. 21그램 제공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운영 중인 장례식 내부 봉안당. 21그램 제공

동물의 죽음을 경험하는 반려인들이 늘면서,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식이나 장례 정책에 대한 개선·보완의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가장 절실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장례식장 등 정보 부재’(33.3%)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쓰레기로 규정하고 처리하는 조항의 폐기(30.2%), 장례식장·화장장·수목장 유치(27.6%) 등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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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업체 만족도는 61.2%로 높아

한편 응답자 가운데 실제로 장례 업체를 이용해 본 사람은 적었지만,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가정 혹은 일상 생활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하고 장례를 치러본 응답자는 39.1%(536명)로, 이 중 27.4%(147명)만 장례 업체를 이용했다.

장례 업체 서비스에 대한 응답 비율은 만족이 61.2%, 보통 28.6%, 불만족은 10.2%였다. ‘어느 정도 만족했다’(50.3%)와 ‘매우 만족했다’(10.9%)고 답한 응답자들이 서비스를 좋게 평가한 이유로 적은 중복된 의견은 ‘시설과 서비스가 깔끔했다’ ‘장례 절차가 만족스러웠다’ ‘예의와 정성을 갖추는 모습이 좋았다’ 등이었다.

반면 불만족한 점으로는 ‘거리가 멀고 주변에 없어 아쉬웠다’ ‘이용 가격이 비싼 편이다’ ‘애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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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때부터 펫로스 교육해야”

황규성 한국엠바밍 대표는 “평균 수명이 짧은 동물의 죽음은 더 자주 발생하지만 전국의 합법적 장례 업체는 60여 곳이 전부다. 사람의 장례가 3일상을 치르며 상실과 슬픔을 처리할 물리적 시공간을 갖는 것처럼, 앞으로는 반려인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적절한 장례시설과 추모 공간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이 있는 존재의 죽음은 필연적인 일이다. 한국웰다잉문화운동 원혜영 대표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의 웰다잉을 위해서는 보호소 입양 때부터 장례에 대한 교육을 더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조사를 공동 기획한 ‘공공의창’은 정부·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하는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16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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