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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등록 2022-02-03 13:59수정 2022-02-15 09:25

[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④
인식도 시설도 갈 길 먼 반려동물 장례
프랑스 파리의 반려동물 공동묘지. 프랑스 일드프랑스 아니에르쉬르센의 이 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 묘지다. 게티이미지뱅크
프랑스 파리의 반려동물 공동묘지. 프랑스 일드프랑스 아니에르쉬르센의 이 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 묘지다. 게티이미지뱅크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펫로스
반려인 50%가 펫로스…“왜 쓰레기봉투로 보내야 하나요?”
강아지별이 슬픔으로 반짝일 때…‘온전한 사랑’을 배웠다
④ 하루 1100여 마리…반려동물 장례 어떻게 치르고 있나요
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⑥ 가족이 떠났는데, 경조휴가 1주일 낼 수 있을까요

제주에 사는 김지현씨(제주 서귀포시)는 지난 2017년, 2020년 두 마리의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냈다. 14~16년의 삶을 같이 한 가족들에게 적당한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으나 제주시에는 반려동물 장례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쓰레기 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보내거나 동물병원에 데려가 단체 화장을 하고 싶진 않았다. 결국 첫째는 지인의 사유지에 매장했다. 둘째는 이동식 장묘시설에서 화장해 첫째의 묘지에 합장했다. 김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당시엔 저런 게 불법인지도 몰랐어요. 셋째 때는 육지로 가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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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57만 마리…장례는 20~30%뿐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의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7.7%(638만 가구)가 동물을 키우고 있다. 늘어나는 반려인구만큼 나날이 세상을 떠나는 동물도 늘고 있다. 하루 최소 11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다. 개, 고양이의 평균 수명 15~20년을 감안하면 한해 평균 43~57만 마리의 동물이 사망하는 것이다.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반려인들이 사체 수습부터 화장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1그램 제공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반려인들이 사체 수습부터 화장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1그램 제공

세상을 떠난 동물의 장례는 어떻게 치러질까.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이 가운데 10~30%가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동물장례협회가 추정한 장례 건수는 한해 약 4~5만 건으로 사망하는 동물의 10%가 업체를 이용한다고 추정했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의 추정은 그보다 긍정적인 20~30%다.

이런 현실은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기획하고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진행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2021년 12월21일~23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도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반려인 중 장례 업체를 이용한 비율은 27.4%에 불과했다.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한해 떠나는 동물의 10~30%가량이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된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쓰레기봉투에 폐기물로 배출되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처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합법적인 방법 이외에도 매장, 이동식 화장업체 이용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장례업계는 한해 떠나는 동물의 10~30%가량이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된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는 쓰레기봉투에 폐기물로 배출되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처리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합법적인 방법 이외에도 매장, 이동식 화장업체 이용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나머지 동물의 사체는 어디로 갔을까.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겨 생활쓰레기로 배출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폐기물로 처리된다. 혹은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합동 화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동식 장례 등 불법 업체를 이용하거나 보호자가 땅에 매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동물의 사체 처리 방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비율이 40%에 달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사체 처리법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22.3%는 ‘주변 산에 묻음’이라고 답했고, 17.8%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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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으로 치르고 싶어도…“화물이 된 강아지”

2020년 여름 반려견을 떠나보낸 변규홍씨에게 장례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무게가 20㎏이 넘는 개 ‘복돌이’를 키웠던 변씨는 여러 장례업체를 알아봤지만 대형견의 장례를 받아주는 곳은 많이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겨우 찾아낸 업체는 정상적으로 등록된 곳이었는데, 막상 업체가 안내한 장례식장은 등록 주소지와는 다른 곳이었다.

변씨는 그곳이 “합법 업체의 명의를 빌어 영업을 하는 곳”인 것 같다고 했다. 장례가 급히 필요했던 그는 별 수 없이 해당 업체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반려동물 장례제도에 답답함을 느낀 변씨는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정책 제안대회에 ‘생명존중을 위한 동물장묘법제와 제도 제안’(이슬기, 변규홍, 이은호) 보고서를 출품하기까지 했다.

아예 합법적인 장례시설이 없는 제주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지현씨는 “장례를 걱정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다. 지인 중에서는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고 싶어 유해를 아이스박스에 밀봉해 화물로 육지까지 운송한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김씨는 “반려동물이 떠나 슬픈 마음에 사체를 화물로 싸야하는 일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장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려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에서 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반려인들이 가장 부족한 점으로 많이 응답한 것도 ‘장례식장 등 정보 부재’(33.3%)였다.

실제로 장례업체를 이용해 본 응답자의 만족 비율은 높은 편이었다.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응답이 50.3%, ‘매우 만족했다’가 10.9%로 만족 의견이 61.2%였으며, ‘보통이었다’는 응답도 28.6%의 응답율을 보였다.

반려동물 장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려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장례시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려인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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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장례장묘시설 필요한 이유

최근 5년 새 반려동물 사설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장례업체는 2016년 20곳, 2017년 26곳, 2018년 33곳, 2019년 44곳, 2020년 59곳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서울시에는 단 한 곳의 장례업체도 없는 반면, 경기도에는 22곳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 용인시, 화성시, 광주시 등에 분포해있다. 도심의 장례 수요를 위성도시에서 해결하는 방식인 것이다.

최근 5년 새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했다. 사진 21그램 제공
최근 5년 새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꾸준히 증가했다. 사진 21그램 제공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은 넓어졌지만 여전히 장례업체는 기피시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지자체가 장례 시설 건립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경우가 여럿이다. 장례 시설은 사람 장례식장도 반발이 큰데, 동물의 장례시설은 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동물장례협회 박정훈 사무국장은 동물 장례문화는 반려인 인식뿐 아니라 시설 또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박 사무국장은 “최근 4년 사이 장례 업체는 급증했다. 그 사이 브랜드를 내세운 업체들이 생겨나며 시설 수준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반려인도 장례업체를 선택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합법적인 장례를 어떻게 치르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의 천태종 사찰 ‘진다이지’에 있는 반려동물 추모탑. 일본에서는 반려인의 의사에 따라 화장, 매장 등이 가능하며 사람과 같이 절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도쿄의 천태종 사찰 ‘진다이지’에 있는 반려동물 추모탑. 일본에서는 반려인의 의사에 따라 화장, 매장 등이 가능하며 사람과 같이 절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의 사후 관리에도 공공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나 지자체, 비영리 기관이 주도하는 해외의 ‘반려동물 공공 장묘’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학범 데일리벳 대표(수의사)는 “일본은 이미 1996년에 반려동물 기념 공원수가 460여 곳이 넘었다. 기념 공원은 반려인들이 자신의 동물을 묻고, 장례식을 하고, 종종 방문할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런 공원들은 비용 부담을 느끼는 보호자에게는 저렴한 비용의 화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건에 따라 수목장, 납골당, 묘지 등 다양한 형태의 장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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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 누구나 치를 수 있어야”

미국도 공공 장묘가 일반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근무했던 권혁호 수의사는 “미국도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공동 장묘시설이 지역마다 마련되어 있다. 운영 주체에 따라 사설이나 공공묘지가 있고,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동묘지라고 해서 화장 뒤 유해를 묻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추모하는 비석을 세우거나 발도장 등의 기념품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장례식 내부 추모 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장례식 내부 추모 공간. 사진 스튜디오 어댑터 윤동길

국내서도 지난해 전북 임실군이 최초로 반려동물 공립 장례시설인 ‘오수 펫 추모공원’을 열었다. 제주도는 지난 달 25일 서귀포시에 공공 장례시설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장례시설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웰다잉문화운동 원혜영 대표는 “반려동물 장례는 동물의 죽음을 경험하는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치를 수 있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일부 계층이 누리는 문화로 자리잡지 않도록 공공시설 확충과 함께 장례업체들의 문턱 낮추기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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