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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등록 2022-02-04 10:59수정 2022-02-15 09:27

[애니멀피플]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⑤
죽음의 시그널 그리고 사체수습과 장례법
‘작은 가족’의 죽음은 오랜 투병을 했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든 당혹스럽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작은 가족’의 죽음은 오랜 투병을 했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든 당혹스럽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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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어떤 모습이어야 동물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요.” “고양이가 별로 간다는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는데, 어떻게 고양이 없는 삶을 견딜 수 있을까요.”

‘작은 가족’의 죽음을 앞둔 반려인들은 염려되는 일이 많다. 오랜 투병을 했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든 죽음은 당혹스럽다. 반려동물 장례업체 ‘21그램’이 이학범 수의사와 함께 진행 중인 ‘아름다운 이별하기 Q&A’에는 이런 걱정과 고민이 주로 접수됐다. 상담 프로젝트를 통해 접수된 질문들과 반려인들이 궁금해 할 일반적인 준비 사항 등을 이학범 수의사가 쓴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과 21그램의 ‘반려동물 기초수습 키트 이별준비 가이드북’ 등을 종합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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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 증상

동물들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어떤 행동과 증상을 보일까. 이학범 수의사는 다음의 몇 가지 징후들이 나타난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신체적 변화로 알 수 있다. 식욕이 없어지고, 체중이 감소한다. 음식과 물을 거부하는 것은 죽기 직전 보이는 행동 변화 중 하나다. 강제 급여를 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는 입에 넣어준 음식조차 삼키지 못한다.

동물의 마지막을 알리는 징후는 신체적 증상과 행동적 특징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의 마지막을 알리는 징후는 신체적 증상과 행동적 특징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소변을 못가리는 것도 떠나기 직전 보이는 증상이다. 누워있는 채로 대소변을 보게 되면 물티슈로 닦아주고, 최대한 자세를 자주 바꿔주는 게 좋다. 최후의 순간에는 체온이 빠르게 떨어진다. 배나 다리를 만져봤는데 몸이 차가워졌다면, 이별의 순간이 아주 가까웠다고 생각해야 한다. 담요를 깔거나 난로를 틀어 마지막이 춥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좋다.

특정한 행동이 마지막을 암시하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모습은 어디론가 숨으려는 행동이다. 어둡고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야생의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외부자극을 피해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안정감을 얻으려는 것일 수 있다.

음식과 물을 거부하는 것은 죽기 직전 보이는 행동 변화 중 하나다. 강제 급여를 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는 입에 넣어준 음식조차 삼키지 못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음식과 물을 거부하는 것은 죽기 직전 보이는 행동 변화 중 하나다. 강제 급여를 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는 입에 넣어준 음식조차 삼키지 못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나이든 동물이 계속 조용한 곳으로 숨으려 한다면, 억지로 밝은 곳으로 꺼내려 하지 말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정돈해주는 것이 좋다. 가만히 옆에 앉아 동물을 쓰다듬거나 낮은 목소리로 행복한 순간을 들려주고, 평소 좋아했던 장난감이나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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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흔히 안락사라는 단어는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최선의 의학적 치료 뒤에도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고통만 지속된다면 고려할 수 있다. 이학범 수의사는 “질병에 따른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생을 연장하는 것보다는 ‘좋은 죽음’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어로 안락사(Euthanasia)의 Eu는 ‘좋은’이란 뜻을 지닌 어근으로 원래 존엄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노령 동물을 많이 치료해온 올리브동물병원 박정윤 원장도 “안락사는 수의사의 마지막 치료 행위”라는 말로 이해를 돕기도 했다.

안락사를 앞둔 보호자는 수의사의 수의학적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온전히 스스로 내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판단을 돕기 위해 ‘반려동물 삶의 질 평가표’를 마련해두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안락사를 앞둔 보호자는 수의사의 수의학적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온전히 스스로 내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판단을 돕기 위해 ‘반려동물 삶의 질 평가표’를 마련해두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사람과 달리 동물은 스스로 안락사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수의사의 ‘수의학적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때문에 보호자는 안락사의 시기나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과 후회,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고민을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삶의 질 평가표, Qol Scale, HHHHHMM Scale)를 마련해놓았다. △통증(Hurt) △식욕(Hunger) △탈수상태(Hydration) △위생상태(Hygiene) △행복(Happiness) △운동성(Mobility) △컨디션(More good days than bad) 등 7가지 항목의 점수를 매겨 낮은 점수가 나오면 안락사를 추천한다.

이학범 수의사는 다만 평가표는 “우리나라 환경과 다를 수 있고, 보호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평가표라는 점을 고려해 수의사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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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수습 방법과 장례절차 알아보기

죽음은 아무리 준비하더라도 경황없는 일이다. 특히 사람과 달리 ‘상조 서비스’가 많지 않은 동물의 사체 수습과 장례는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일 수 있다. 실질적인 장례에 앞선 기초 수습방법을 미리 알아두면 동물과의 이별 뒤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후회를 줄일 수 있다.

동물이 숨을 거두면 두툼한 담요나 방석 위에 옆으로 눕혀준다. 항문 쪽에는 패드를 깔아 분비물에 대비한다. 21그램 제공
동물이 숨을 거두면 두툼한 담요나 방석 위에 옆으로 눕혀준다. 항문 쪽에는 패드를 깔아 분비물에 대비한다. 21그램 제공

① 사망을 확인 하는 2가지 방법: 첫째, 호흡을 확인한다. 옆으로 누워있는 반려동물의 가슴을 지켜보며 오르내림이 있는지 확인한다. 코에 손을 가져가 숨을 쉬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두번째 방법은 대퇴동맥을 짚어보는 방법이다. 허벅지 안쪽 깊숙이 손가락을 넣어 맥박을 확인하면 된다.

② 편안한 자세로 안치하기: 사망이 확인됐다면 두툼한 담요나 방석 위에 옆으로 눕혀준다. 머리는 몸보다 높게 받쳐준다. 몸 아래는 수건을 깔고, 항문 쪽에는 패드를 깔아 분비물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다. 사체가 분비물로 더러워졌다면 목 부분을 잡고 가볍게 씻겨준다. 물티슈나 워터리스 샴푸로 닦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사후경직에 대비해 눈을 감겨주거나 입에 재갈을 물려준다. 21그램 제공
사후경직에 대비해 눈을 감겨주거나 입에 재갈을 물려준다. 21그램 제공

③ 사후경직에 대비하기: 눈을 뜨고 세상을 떠났다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30초 이상 살짝 잡아 내려준다. 눈을 감기기 어렵다면 억지로 시도하지 말고 수건을 덮어두거나 거즈, 물티슈를 눈 부위에 올려둔다. 혀가 입 밖으로 나온 상태라면 경직 때 치아가 혀를 물 위험성이 있으니 입 안에 살짝 넣어준다. 이후 거즈나 물티슈를 접어 혀와 입천장 사이, 어금니 쪽에 물려준다.

④ 부패가 걱정된다면: 실내를 서늘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부패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기온이 높다면 아이스팩 위에 수건을 깔아놓고 사체를 놓으면 부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합법적인 동물 장례업체는 한국동물장례업체 누리집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누리집 갈무리
합법적인 동물 장례업체는 한국동물장례업체 누리집을 통해 검색할 수 있다. 누리집 갈무리

⑤ 반려동물 사체 처리하기: 현재 합법적인 동물의 사체 처리법은 3가지 방식이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처리하기 △동물병원에 의뢰해 단체 화장하기 △동물장묘업체에 의뢰하기 등이다. 장례 업체를 이용할 때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합법적인 곳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동물장례협회는 ‘e동물장례정보포털’(eanimal.kr)을 통해 합법적인 업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동물장례 비용은 몸무게에 따라 달리 책정되며 5kg미만 기준으로 평균 20만원 정도다. 기본 장례에는 일반적으로 염습, 추모예식, 화장/건조장/수분해장, 기본 유골함이 포함된다. 장례 용품이나 유골 안치의 경우에는 업체마다 다르니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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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물 만들기와 펫로스 예방하기

이학범 수의사가 동물의 죽음과 장례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시간적 여유, 심적인 여유”다. “밀린 숙제 처리하듯 해치우면” 너무 빠른 장례 탓에 애도할 겨를이 없어 사소한 후회들을 남긴다는 것이다. 동물이 세상을 떠나기 전부터 이별을 준비하면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추억으로 보듬을 수 있게 돕는다.

동물을 잃고 찾아올 슬픔과 상실에 대비해 발도장, 털 등의 추억물을 만들고, 미리 수의나 장례사진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21그램 제공
동물을 잃고 찾아올 슬픔과 상실에 대비해 발도장, 털 등의 추억물을 만들고, 미리 수의나 장례사진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21그램 제공

먼저 추억과 기념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평소 추억이 깃든 장소를 함께 가거나 해보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를 정해 하나씩 해보는 것이다. 그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면 하루를 통째로 함께 보내보는 것도 좋다. 이때 사진과 동영상을 충분히 남겨 이후에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의외로 ‘영상이라도 많이 찍어둘 걸’하고 후회하는 반려인이 많다고 한다.

집에 간직할 수 있는 추모물품을 만들어 둘 수도 있다. 점토로 발도장을 만들어두거나 털을 잘라 유리병 안에 보관할 수 있다. 장례에 대비해 평소 장례 때 입히고 싶었던 수의를 미리 짓거나 장례 사진을 골라보는 것도 좋다. 장례 뒤에는 골분을 이용해 ‘메모리얼 스톤’ 등을 제작하는 방법도 있다.

다양한 슬픔의 감정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책과 정보, 자료를 찾아 보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펫로스 상담 프로그램 등을 알아둔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양한 슬픔의 감정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책과 정보, 자료를 찾아 보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펫로스 상담 프로그램 등을 알아둔다. 게티이미지뱅크

펫로스의 감정도 미리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과 정보, 자료를 찾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언제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펫로스 상담 프로그램들을 검색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을 보내고 너무 힘들 것 같다면 둘째의 입양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첫째가 떠나고 ‘대체품’ 찾듯 둘째를 입양할 것이 아니라, 어린 둘째를 들여 미리 가족을 죽음에 대비하는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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