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국방송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낙마 장면을 찍고 일주일 뒤 말이 사망해 방송촬영 때 동물보호 대책이 필요하는 여론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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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방송(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말 학대 사건과 관련해 올 상반기 내에 미디어 동물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고양이 동물학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며 “학대 피의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정부는 23일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송촬영시 동물보호 대책마련 요구 △고양이 학대범 강력처벌 요구 △고양이 학대갤러리 폐쇄 및 재발방지 요구 등 국민의 동의가 20만 명이 넘은
동물학대 사건 3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답변자로는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나섰다.
정부가 2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의수 20만 건이 넘은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 국민청원 채널 갈무리
먼저 김 상임위원은 ‘방송촬영시 동물보호 대책 마련 요구’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KBS는 논란 발생 직후 사과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고를 생명 윤리와 동물복지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불러온 참사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며 제작 현장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논란 뒤 한국방송은 지난 2월 자체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동물출연 기준을 추가하고, 위험한 동물 출연 장면의 경우 최대한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구현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어 김 차관은 “동물보호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 및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보호 가이드 마련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KBS, 한국방송협회, 한국피디연합회, 동물보호단체 등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일 첫 회의를 열었다”며 올 상반기 내에 기본원칙과 준수사항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경남 창원에서 고양이를 바닥에 내리쳐 잔혹하게 살해한
‘고양이 두부 학대사건’에 대해서는 “학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상태”라며 “재판을 통해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가 강화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경남 창원에서 벌어진 고양이 두부 학대 사건은 학대 피의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재발 방치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국민의 청원 20만 여명에 달했다. 카라 제공
한편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학대 영상을 게시한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 게시판 폐쇄와 익명의 이용자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과 관련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 7월 해당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 대한 청원이 있었고 게시판이 폐쇄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사이트에서 위치를 옮겨 학대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성명 불상의 피의자와 사이트 운영자를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동의수 20만 이상으로 답변된 동물보호 관련 청원이 이번을 포함해 총 14건에 달한다. 정부도 2018년 농림부에 동물복지정책과를 신설하고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동물보호 복지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의 처벌 조항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포항시 남구 한 폐양식장에서 발생한 고양이 학대 사건에서 살아남은 고양이가 구조되고 있다. 카라 제공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학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경북
포항 남구에서는 폐양식장에 고양이 10여 마리를 가둬놓고 학대를 하고 토막 살해한 20대 피의자가 검거됐다. 동물단체들은 이러한 잔혹한 동물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의 동물학대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 △ 강력 처벌을 위한 동물학대 범죄 양형 기준 마련 △ 동물보고 교육 강화 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