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드는 계절이 오면 개나 고양이도 멜라토닌 분비가 달라지며 우울감, 무기력증을 느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반려동물 버전 ‘혁호스 애피랩’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 검색창에 ‘댕기자의 애피레터’를 입력하세요!
Q 댕기자가 묻습니다
혁호쌤 요즘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당.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볕에 늘어지고만 싶습니닷. 기분도 좀 차분해지는 것 같고요. 멍냥이도 계절을 타는 것일까요? 인간처럼 비타민D 합성을 위해 일조량을 늘려야 하는 것입니꽈?
A 권 수의사가 답합니다
저도 주말에는 늦잠을 자는 편인데 오랜만에 눈이 일찍 떠져서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가족농장을 다녀왔어요. 표고 버섯을 비롯해 몇 가지 먹거리를 키우고 있는데 도착하자 마자 흙 위로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것이 보였어요. 오전 7시가 되었는데도 꽤 어두컴컴해서 겨울이 성큼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햇볕이 비치는 시간과 기온이 달라지면서 몸의 감각이나 감정이 달라지는 것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비슷하답니다. 평소엔 인간들처럼 별 생각이 없겠죠. 하지만 멍냥이가 따스한 창가에 늘어져 눈을 게슴츠레 뜨거나 식빵 자세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추운 계절이 되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잖아요.
사실 햇빛은 따스함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반려동물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해요. 동물들이 낮과 밤을 구별하면서 하루일과를 만들어주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고, 털갈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인간과 멍냥이 모두에게 나오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몸을 나른하게 하고, 스스륵 잠이 들게 해요. 멜라토닌은 빛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분비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하거든요. 빛이 많아지면 멜라토닌이 줄어들고, 빛이 적어지는 밤이 되면 활성화되면서 잠이 들게 되는 거죠.
멜라토닌 분비에 변화가 생기면 댕냥이들의 하루 생체리듬에도 변화가 생기는데요. 이런 변화에 따라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사람처럼 멍냥이들도 슬픔을 느끼나요?’라고 물어보신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드려야할 것 같아요. 저도 반려인이고 멍냥이들이 슬퍼하는 것을 분명 느낄 수 있지만, 동물은 말을 하지 않으니 슬픔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거든요. 흑흑. 그렇기에 기본적인 식사량이나 활동량의 변화 혹은 성격이 갑자기 달라지는지 잘 살펴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네에? 그럼, 하루종일 볕 쬐러 나가고 싶다고요? 안돼요 댕기자! 너무 지나친 햇빛은 조심해야 해요. 게다가 비타민D에 관해서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비타민D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잘 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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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