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고대 품종의 개는 아직도 늑대의 하울링에 잘 응답한다. 특히 시베리안 허스키는 하울링에 능하다. 그러나 현대 품종의 개들은 종종 짖는 것으로 대신한다. 다니엘 오슈카르 가티 제공.
한밤중 야생의 숲 속에서 야영할 때 늑대의 긴 울부짖음 소리를 듣는다면 모닥불 옆에 동료가 있더라도 오싹한 느낌이 들 것이다. 포식자에 대한 오랜 공포가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늑대에서 진화한 개는 어떨까. 늑대의 울부짖음에 더 잘 반응하는 품종이 있을까. 나이나 성별에 따라 반응도 다를까. 동물행동학자들이 이런 궁금증을 실험실에서 풀어봤다.
파니 레호츠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 동물행동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68개 품종의 개에게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고 늑대와의 유전적 거리, 성별, 나이에 따라 어떻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7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개과 동물의 공통적인 소통방식인 긴 울부짖음(하울링)이 가축화 과정에서 차츰 사라져 갔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고대 개품종은 현대 개품종보다 하울링에 잘 반응했고 어린 개보다는 성체, 중성화한 수컷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하울링 하는 늑대. 위치를 파악하고 다른 무리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장거리 소통수단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울링은 늑대가 위치를 파악하고 다른 무리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영역의 경계를 확보하기 위한 특징적인 장거리 소통수단이다. 나뉜 구성원끼리 재회하거나 굴에 남은 어린 늑대가 사냥 나간 늑대와 소통할 때, 그리고 사냥에 나서기 전 홀로 또는 합창으로 1분 동안 다양한 목청으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늑대를 가축화한 개는 다르다. 썰매 개처럼 하울링에 중독된 듯 벨이나 음악 소리에도 하울링으로 답하는가 하면 평생 한 번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 개들도 많다.
실험 결과 가축화 과정에서 늑대와 유전적으로 멀어진 품종의 개일수록 긴 울부짖음에 덜 반응했고 현대 품종의 개는 하울링에 짖는 것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 저자인 파니 레호츠키 박사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비록 하울링이 대부분의 개 품종의 행동 목록에는 남아있지만 사회환경이 달라지면서 기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며 “그 결과 현대 품종의 개들은 그 능력을 적절한 상황에 맞춰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개의 품종별 하울링 빈도. 파니 레호츠키 외 (2023)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 제공.
개의 가축화는 두 단계로 이뤄졌다고 알려진다. 500년 전 이전에 기능을 중심으로 13∼16개 품종을 개발했다. 썰매를 끄는 시베리안 허스키, 알래스칸 말라뮤트, 그리고 사냥개인 진돗개, 살루키, 바센지, 아키타, 시바, 샤페이 등이 그런 예다. 나머지 대부분의 개 품종은 주로 외모를 중심으로 지난 200년 동안 만들어졌다.
이번 실험에서 늑대의 하울링에 잘 반응한 고대 개들은 스트레스 반응을 자주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타마스 파라고 박사후연구원은 “고대 개들은 늑대와 유전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늑대의 하울링에 든 정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리를 듣고 다른 늑대 무리의 영역에 침입한 것 아닌가 놀라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하울링으로 답했다는 얘기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하울링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 품종이 중간에 시베리아 늑대와 교잡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니엘 오슈카르 가티 제공.
흥미롭게도 고대 개라도 5살 미만의 어린 개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파라고 박사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함께 나타나는 하울링은 공포 반응”이라며 “기존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나이 든 개가 더 겁이 많다”고 말했다.
품종과 나이에 더해 수컷의 성호르몬도 하울링 반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은 중성화하든 안 하든 하울링 반응에 차이가 없었지만 중성화 수술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지 않는 수컷일수록 녹음에 민감하게 반응해 더 자주 울부짖었다. 레호츠키 박사는 “중성화한 수컷이 더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라며 “개가 하울링 하는 것은 ‘무서워, 가까이 오지 마’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s Biology, DOI: 10.1038/s42003-023-04450-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