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회가 개·고양이 식용 금지 조례안을 발의한 가운데 7월 초복에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개고기 판매가 중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2021년 경기도 여주시 한 불법 도살장에서 포착된 개들. 동물해방물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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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맞는 7월,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개고기가 사라질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시의회가 개·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해 전국 최초 ‘개고기 단속’ 지자체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관련 조례안이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 식용업계 종사자들의 반대 때문이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 발의됐지만
지난달 31일 김지향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영등포4)은 개 식용문제를 서울시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개·고양이 식용 금지와 반려문화 조성을 위한 △시장의 책무 △기본 계획 수립 △실태조사 △식용금지를 위한 지원사업(폐업 및 업종전환 지원) △위원회 설치 및 운영 △과태료 부과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 당시 서울시의회 재적 의원 112명 가운데 40명의 의원이 찬성자로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개고기 관련 법령의 모호함이 있어 위생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에 공감한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음식점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해나가겠다”며 서울 시내 개고기 유통·판매에 대한 단속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9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서울시의회 김지향 시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개 식용에 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서울시의회 유튜브 갈무리
대한육견협회 항의 뒤 바뀐 기류
그러나 대한육견협회가 8일 시의회를 방문해 강한 항의를 전달한 뒤 의원들의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최호정 시의원(국민의힘 원내대표·보건복지위원회)은 20일 <애니멀피플>에 “개 식용업계 관계자의 항의 방문 이후 의원들이 조례안 통과에 신중한 분위기다. 시민 먹거리의 위생·건강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 식용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개 식용 금지) 시점에 관해서는 이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례가 제정되기 위해서는 시의회 본회의 의결 전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상임위원회의 안건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상정하게 되는데 의견이 갈릴 경우 회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의 정례회의는 오는 22일 예정되어 있는데, 해당 조례안이 안건으로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대한육견협회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개식용 종식 발언 김건희 여사 규탄 및 동물보호단체 후원금 조사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숙 기자
동물단체들은 “조례안 통과돼야”
이에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등 20개 동물단체는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개·고양이 식용 금지에 대한 조례안 통과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서울시 조례안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하며 이번 조례안이 개 식용에 대한 해묵은 대립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사회를 여는 계기가 될 거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조례안에 찬성한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40여 명에 이른다. 재적 의원 3분의 1이 개·고양이 식용이라는 오랜 난제에 찬성 이름을 내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의회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의회는 원칙과 가치를 지키는 데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지향 시의원은 “축산물위생법상 개와 고양이는 축산물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원료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조례안의 발의 계기는 비위생적으로 생산, 유통되는 개고기의 판매를 단속함으로써 공중 보건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중국 등의 국가는 이미 동물을 통한 전염 위험성을 인지해 개 식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의원은 조례안이 통과되면 개 식용 업계 업종 변경을 위한 경영 컨설팅, 전업 지원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개고기 판매 식당들이 삼계탕, 염소 등 다른 보신 식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개고기 판매 중단에 대한 손실은 조례에 페업, 전업 지원 사항 등을 규정해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합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식품위생법으로는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가공에 대한 규정이 없고 판매·조리는 위법으로 볼 수 있다. 카라 제공
불법과 무법의 영역 언제까지
지난해 정부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전국에 약 1660여곳이다. 서울시에는 2019년 ‘개 도축 제로 도시 서울’ 선언 이후 식용 개를 기르는 유통 업소나 도축장은 없는 상황이지만, 25개 자치구에서 최소 229곳의 업체가 개고기를 판매 중이다.
개고기 산업은 현행법상 불법과 무법의 영역에 걸쳐있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합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식품위생법으로는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가공에 대한 규정이 없고 판매·조리는 위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금지됨으로써 개의 도살은 동물학대로 처벌받을 수 있다.
카라 등 동물단체는 개식용 산업이 여러 현행 법률과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기르는 것은 합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으로는 축산물에 해당하지 않아 유통, 가공, 판매, 조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카라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