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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딸깍’…투투야, 이 소리를 기억해라

등록 2017-10-30 07:00수정 2018-02-05 16:43

[애니멀피플] 전찬한의 개이득 수업
사람 무는 ‘문제견’ 안 만들려면
강아지 때부터 사회화 교육 중요
생후 80일 ‘투투’가 클리커 통해
앉기, 그만 물기…말 통하기 시작했다
전찬한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교수가 간식을 보이자 ‘투투’가 앉았다. 전 교수는 “약속한 간식은 꼭 줘야 신뢰감이 쌓인다”고 했다.
전찬한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교수가 간식을 보이자 ‘투투’가 앉았다. 전 교수는 “약속한 간식은 꼭 줘야 신뢰감이 쌓인다”고 했다.
몸은 건강해도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반려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개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덥석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요. 반려견의 잘못된 행동은 따끔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반려견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전찬한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훈련 전임교수이자 이리온 동물병원 교육 이사는 개와 함께 살려면 개에 대해 공부부터 하라고 강조합니다. ‘애니멀피플’이 전찬한 교수와 함께 개와 사람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개이득’ 수업을 시작합니다. 개물림 사망사고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반려견과 반려인이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려견 사회화 교육이 더없이 중요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함께 배워보실래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생후 80일 된 수컷 강아지 ‘투투’(아메리칸 불리)가 사회화 교육을 받는 현장을 다녀왔다. 개가 호기심을 잃지 않는 생후 5개월(사람 나이 10살)까지가 가장 공부 효과가 좋다. 이때 사회화 훈련을 받지 못한 개는 나이가 들어서도 짖거나 물거나 도망가는 행동 같은 어린 강아지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패드 위에 주로 일을 보는데, 간혹 패드 밖에 싸기도 해요. 또 가끔은 자기가 싼 똥 옆에서 누워서 자고요. 지금 집은 화장실 울타리가 조금 작은데 이사할 집은 더 넓은 화장실을 만들어주려고요. 성공률은 80%쯤 돼요.”

전 교수가 투투의 화장실 품행에 대해 질문하자 보호자인 김원영(27)씨가 말했다. 다시 전 교수가 물었다.

“배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혼내지 말라고 해서 무시하고 그냥 휴지로 닦아요.”

“잘하셨어요. 한 살 되면 실수가 줄어들어요.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수컷은 호르몬 분비 때문에 실수를 하는 편이지요. 이 정도면 정상궤도에 있는 편이에요. 그런데 화장실을 너무 넓히면 배변 품행 개선에 방해됩니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볼일 보는 게 싫어 보여도 안정적으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까지는 제한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수업 중에 쉬고 있는 투투.
수업 중에 쉬고 있는 투투.
투투는 김씨의 세 번째 반려견이다. 문제견은 아니지만 어리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상태다. 사람 나이로 세 살 정도 된 ‘아기’다. 김씨는 소형견인 요크셔테리어와 푸들만 10년 넘게 키웠는데, 최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가수 강타가 키우는 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견 아메리칸 불리(불테리어종) 투투를 분양받았다. 아메리칸 불리는 성견이 되면 몸무게가 30㎏까지도 나가는 종인데다 이미 11~12㎏은 나가기 때문에, 물고 끄는 힘이 좋다. 김씨는 “투투는 힘이 세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보호자 말을 더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전 교수에게 개별 수업을 신청했다. 교실 안에 들어선 투투는 목줄을 풀어주자 교실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마킹(오줌싸기)을 하며 안정을 찾아갔다.

이날 투투가 익혀야 하는 것은 ‘딸깍’ 소리가 나면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보호자가 딸깍 소리가 나는 도구인 ‘클리커’로 소리를 내면서 개에게 앉기를 요구한다. 개가 앉으면 간식으로 보상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을 반복하면 개는 자리에 앉으면 보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돼 스스로 앉는 것을 배우게 된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딸깍 소리만 들어도 앉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전 교수와 투투도 이날 수백번 딸깍 소리에 앉았다가 간식을 먹었다가를 반복했다.

투투가 전찬한 교수의 사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투투가 전찬한 교수의 사회화 수업을 받고 있다.
전찬한 교수가 간식을 들어 보이며 왼손에 든 클리커를 누르자 엉덩이를 땅에 대고 있는 투투.
전찬한 교수가 간식을 들어 보이며 왼손에 든 클리커를 누르자 엉덩이를 땅에 대고 있는 투투.
가운데 부분을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클리커.
가운데 부분을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 클리커.
클리커 훈련은 보통 투투처럼 배변훈련이 어느 정도 끝난 개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개가 보호자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호루라기처럼 개를 부르는 용도로 쉽게 써서는 안 되고 앉거나 먹거나 바라는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 때만 쓰는 것이 중요하다. 클리커 훈련은 점점 단계를 높여갈 수 있는데, 간식이 눈앞에 없어도 보호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천재 같은” 실력으로 앉기 훈련을 금세 통과한 투투가 해야 할 두 번째 훈련은 그만 물고 멈추기였다. 개가 으르렁거리거나 보호자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세게 물어뜯을 정도로 흥분하기 전에 물기를 멈출 수 있도록 빨리 개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투투가 턱 힘이 좋은 개답게 으르렁거리며 땅에 떨어진 놀이 인형을 흔들며 물어 당기고 있었다. 전 교수는 “이게 투투에게는 실내생활 중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다. 자극이 되니까 계속 무는데 이걸 억지로 뺏으려고 개를 때리고 인형을 당기면 쓸데없이 힘만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투투의 코앞으로 간식을 가져갔다. 투투가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간식을 받아먹다 보니 인형이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그때마다 딸깍 소리가 들렸다.

개를 교육할 때 체벌은 백해무익하다. 전 교수는 “체벌하는 보호자들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체벌에 면역이 생길 수 있다. 보호자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보통 밖에서는 사람들 눈이 많으니 때리지 못하는데 집에서는 때린다면, 그 사실을 알아챈 개는 집에서는 착한 개지만 밖에서는 똥개가 된다”고 설명했다.

생후 80일 된 투투는 아직 어리지만 아메리칸 불리종답게 턱 힘이 셌다.
생후 80일 된 투투는 아직 어리지만 아메리칸 불리종답게 턱 힘이 셌다.
전찬한 교수, 이리온 동물병원 교육이사
전찬한 교수, 이리온 동물병원 교육이사
2시간 가까운 수업이 끝나갈 무렵, 투투는 교실 뒤편에 누워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전 교수의 목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투투와 교육실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던 김씨는 “개가 말 안 듣는다고 개를 버리는데, 저는 개가 잘못된 건 주인이 잘못해서라고 생각해요. 강아지는 결국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하니까 보호자나 강아지나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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