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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알레르기여, 고양이랑 헤어지란 말은 마오

등록 2017-12-12 09:00수정 2017-12-12 10:16

[애니멀피플] 내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응급실은 단골, 처방은 ‘반려동물 절대 금지’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가 냥집사가 된다면?
니체는 알까. 집사가 기침하다 숨이 넘어갈 지경이어도 고양이는 천하태평이다.
니체는 알까. 집사가 기침하다 숨이 넘어갈 지경이어도 고양이는 천하태평이다.

사랑은 장벽이 있을 때 더욱 강렬한 드라마가 된다. 가문의 갈등이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죽음을 불사한 강렬한 사랑을 만들어내는 촉발제가 되었듯이. 모든 고전적 사랑 이야기의 재미는 사랑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명백한 고전의 자리를 차지했다.

나와 니체의 사랑에 최대의 장벽은 알레르기다. 나는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다. 어릴 때 발병하여 지금도 심하면 새벽에 숨이 막혀 응급실에 갈 정도다. 이런 이유로 사실 모든 병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간혹 동물보호운동가가 보호소에 잘 안 가는 이유를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연이 있었던 거다. 개들이 무리를 지어있는 보호소에 가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몸의 반응이 금방 나타나다 보니 나의 몸은 좋은 보호소와 나쁜 보호소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숨이 막히고 콧물이 나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그 보호소의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는 증거다.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나면 외래진료 예약을 잡아준다. 어느 병원에 가도 담당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같다. “개나 고양이는 키우시면 안 됩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현재 다니는 병원에 오게 된 것은 지난 겨울이었다.

새벽에 숨이 막혀 벤토린(천식환자가 사용하는 응급 호흡기약)을 찾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119를 불렀다. 간단한 응급처치가 끝나고 외래 예약을 하게 되었고, 검사를 다시 받았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고양이털과 개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다.

공포의 진료 예약시간. 두둥. “전채은님~~.”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의사: 아,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나: 네, 고양이 털….

바로 이때다. 의사가 “고양이를 키우시면 곤란한데요”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전 바로 이 말을 질러야 한다.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니. 방어 역시 난 선수다.

나: 고양이 키우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말려도 안 들어요. 그 외의 방법을 찾아주세요.

순간 당황하는 의사샘과 빵터진 간호사 샘의 웃음.

간호사: 풋.

의사: 아, 네.;;;

니체와 나는 헤어질 수 없다. 알레르기 따위가 우리 사랑을 어떻게 갈라놓겠는가. 간혹 사람들이 문의해온다. 알레르기가 있는데 동물을 키울 수 있을까요? 털이 많이 날리지 않을까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알레르기는 한번 발병하면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레르기는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일부러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외롭고 힘들다면 차라리 게임을 하라고 권유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은 취미 그 이상이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행복한 삶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그것을 극복하면서 사랑은 더욱 성숙해진다.

그러나 나처럼 우연히 함께 살게 된다면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청소를 깨끗이 그리고 열심히 하시라. 그리고 병원 진료를 꾸준히 받으시라.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 치료의 산증인이다. 약이 굉장히 좋아졌다. 요즘 약들은 내성도 안 생기고 졸음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의학의 발전은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불쌍한 집사와 인간에게 의지하는 고양이들을 헤어지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양이와 사랑에 빠진 알레르기 환자 집사들이여,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쉽게 사랑을 포기하진 말자고요.

글·사진·그림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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