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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동물과 함께 살려면 ‘관리’의 기술도 필요해

등록 2018-12-04 14:37수정 2018-12-05 16:03

[애니멀피플] 전채은의 내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전시·실험 동물 위한 ‘긍정적 강화 훈련’…
인간 세계로 넘어온 동물 보호 위해선
‘말 잔치’가 아닌 훈련의 기술이 필요해
11월은 니체가 병원에 가는 달이다. 이미 성묘가 된 니체는 일 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병원에 간다. 예방접종을 위해서다. 케이지에 들어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내내 니체는 엄청나게 울어댔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이 “꺼내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 잠깐 꺼내주죠”라고 말했지만, 고양이는 낯선 공간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도 진료대 위에서 니체는 결코 얌전하지 않다. 수건으로 니체의 몸과 얼굴을 가리고 나서야 접종에 성공했다. 접종 후 몸무게를 재고 치아검진을 했다. 니체는 이미 뚱냥이고 치아 역시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하도 난리를 쳐대서 발톱도 겨우 자르는데, 이빨을 어떻게 닦이나. 하…몇번 시도하다 하도 물어대서 포기했는데, 다시 치아 관리를 위해 치약과 칫솔을 새로 구입했다. 니체 역시 긍정적 강화훈련이 필요하기에 매일 저녁 이빨을 닦이고 나서 간식을 주고 있다. 먹이를 통한 긍정적 강화 훈련은 개와 고양이같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동물원, 실험기관 등의 기관에서 모두 필요하다.

이빨 닦기 싫어서 화가 난 니체.
이빨 닦기 싫어서 화가 난 니체.
동물을 자연의 영역으로 보는 사람들은 훈련이라는 단어를 동물에게 붙이는 것을 꺼려한다. 애초에 동물을 가둬서 키우는 것조차 옳지 않고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옳은 이야기이지만 이미 인간의 세계로 넘어온 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치료받기 위해 훈련은 필요하다. 긍정적 강화 훈련의 예를 들어보자.

코끼리나 바다사자 등 덩치가 큰 야생동물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 사육할 때 그들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사냥한 먹이가 아닌 음식을 먹게 되니 치아도 봐야 할 것이다. 코끼리 같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동물이 좁은 공간에서 운동량이 부족해지면 관절이 나빠질 것이고 발에 작은 상처라도 생기면 세균 감염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매일 발을 관찰해야 하는데 코끼리에게 발을 보여달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나. 인위적 공간에서 코끼리를 통제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불훅’이라고 하는 끝이 뾰족하게 생긴 도구를 사용했다. 뾰족한 도구로 코끼리를 자극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와 일대일로 몸이 붙은 상태에서 사육사들이 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개발된 것이 보호접촉 방식의 훈련이다. 이는 코끼리와 사육사 사이에 훈련틀을 놓고 사육사와 수의사가 먹이를 통해 친화력을 높이면서 코끼리가 자연스럽게 발을 보여주도록 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이 잘 이루어지면 수의사는 코끼리의 귀에서 채혈도 할 수 있고 검진도 가능해진다. 불행하게도 이 훈련을 제대로 시행하는 동물원이 국내에 많지 않다. 이는 코끼리가 어떤 건강 상태에 있는지 모르는 동물원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훈련은 실험기관에서도 쓰인다. 긍정적 강화 훈련은 개나 영장류에게 쓰이는데 영리하고 공격성을 가진 동물일수록 채혈이나 약물의 경구투여, 접종 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와 영장류에게 먹이를 통해 연구자와 가깝게 친화력을 가지도록 훈련한다.

한 동물원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코끼리들(왼쪽). 코끼리 발 질환은 심하면 폐사에 이를 정도로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한 코끼리가 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이 아픈 것인지 뒷다리 허벅지 부위의 두께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한 동물원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코끼리들(왼쪽). 코끼리 발 질환은 심하면 폐사에 이를 정도로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 한 코끼리가 검진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이 아픈 것인지 뒷다리 허벅지 부위의 두께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간혹 동물복지니 권리니 하는 논쟁을 들여다보게 된다. 의견은 제각각 다 존중해야겠지만 내 눈에는 모두 말잔치로 보인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제대로 봐야 한다. 동물원 폐쇄와 동물해방을 부르짖으면 코끼리가 해방되나?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알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누군가와는 싸워야 하고 누군가는 설득해야 한다. 그것은 길고 힘든 과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높아졌으나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제대로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에효… 오늘도 나는 니체 이빨 닦이다 손가락을 물렸다. 고양이 한 마리, 아니 서방님 한 분 뫼시기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는 수많은 동물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한다. 동물은 밥만 먹고 똥만 싸는 생물체가 아니다. 밥만 주었다고 그들에게 다 해준 것이 아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생각해주는 것.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동물복지’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 그것은 피눈물이다.

글·그림·사진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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