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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질투 고양이 ‘니체’ “다른 고양이가 생겼다고? 넌 내꼬양”

등록 2018-01-25 11:48수정 2018-01-25 14:24

[애니멀피플] 전채은의 ‘내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길고양이 밥주러 나갈 때는 버럭
좋아하는 작가 보고 있으면 심통
질투심으로 불타는 고양이 니체

이쯤 되면 독자들에게 미안해할 수밖에 없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 들여다본다면 심심하고 지루하고 조용하고 재미없는 장면의 연속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무지 변화란 없고 극적인 사건조차 없다. 이 세상 제일로 재미없게 살고 있는 이 사람이 고양이 한 마리와 벌이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줄곧 하고 있으니.

간혹 그런 날이 있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하다못해 슈퍼도 가지 않는 날. 하루 종일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 무언가를 두들기거나 책을 읽거나. 인생은 모두가 각자 다른 재료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겉은 조용하지만 사실 나의 내면은 매일이 폭풍이고 혁명이다. 그것이 글과 지식의 힘이겠지. 대부분의 일상이 이러하니 당연히 가장 많이 말을 하는 대상은 고양이밖에 없다.

이상한가? 아 물론 누군가 나를 옆에서 계속 관찰한다면 이상할 것이다. 지면의 특성상 나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들은 알고 있다. 내가 사람에게 말을 걸 때와 동물에게 말을 걸 때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어떻게 다르냐고? 물론 동물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다! 인간에 대한 차별 아니냐는 악플이 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름도 얼굴도 일면식도 없는 아저씨에게 다정할까 아니면 사랑하는 니체에게 더 다정할까? 물어보나마나한 질문 아닌가.

“니체~”(다정)

“야옹.”

“니체~ 왜? 배고파?”(애정 듬뿍)

“야옹.”

“놀고 싶어? 쥐돌이할까?”(애정애정 느끼느끼)

“야옹.”

일상적 대사는 그냥 이렇게 ”야옹~”이다. 고양이가 격하게 즐겁고 기분이 좋을 때는 주로 ‘야옹’보다는 ‘그릉그릉’ 소리를 낸다. 요란한 그릉그릉은 단연 내 무릎에 안겼을 때다. 집사가 턱과 목 부분을 만져주면 좋아서 요란한 소리를 낸다. 그 정도면 초보 집사라도 안다. 그러나 화가 났을 때는 격렬한 야옹 소리를 낸다. 그야말로 소리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거다. 초기에는 어디 나갔다 들어오면 주로 그렇게 울어댔다. 그런데 최근 ‘고양이 버럭’이 또 늘어난 계기가 생겼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길고양이 밥을 준 적이 거의 없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번 시작하면 그 끝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늘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일이 끝나고 퇴근하고 나서도 쉬지 못하고 고양이 밥을 주러 다니면 그 다음날이 피곤하고 피로의 누적은 질 높은 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해 마시라. 캣맘을 비판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누구든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자기만의 짐이 있을 것이다. 그 누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길 위의 생명을 돌보는 숭고한 행위를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런 비난은 옳지 않다.

집사가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가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알쓸신잡’이 나오는 모니터 앞에 니체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자리 잡고 앉았다.
집사가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가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알쓸신잡’이 나오는 모니터 앞에 니체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자리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런 내가 작년 초겨울부터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시작했다. 이유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평상시 친하게 지내는 수의사 선생님과 통화하다 그분 왈 “아 대표님 제가 잘 아는 사료 회사 있는데 혹 사료 필요하시면 좀 보내드릴까요?” 나는 니체를 위해 약간의 사료를 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대형 포대로 5포대가 도착했다. 이를 어쩌나. 결국 사무실 앞에 밥과 물을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이 일을 하다 보니 니체가 나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집사가 사료와 물을 가지고 나가는지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무실 현관 밖에서 나는 고양이 소리를 듣고 나선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료 그릇을 들고 나가려는 순간 잽싸게 내 앞에 서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것이 아닌가. 급기야 현관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돌리면 바로. 와락 달려들어 내 다리를 붙잡는 것이 아닌가.

아 물론 이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끼리(?)는 숨소리만 들어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니체의 미간이 미묘하게나마 찌푸려지는 상황을 내가 놓치겠는가. 니체가 싫어하는 것들은 최근 매우 디테일한 것들로 늘어나고 있다. 집사가 좋아하는 작가 김영하도 그 중 하나다. 김영하가 나오는 강연을 열심히 혼 빠지게 듣다가는 니체의 찌그러진 미간을 보게 된다. 아 그래서 이제 작가 김영하 나오는 영상은 안 볼 거냐고? 에이, 몰래 봐야지.

글·사진·그림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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