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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인주의자 ‘뚱냥이’, 채식을 시작하다

등록 2018-05-01 09:00수정 2018-05-01 11:07

[애니멀피플] 전채은의 나의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1kg 감량 권유 받은 고양이 ‘니체’
운동·간식 금지에도 디룩디룩 찌는 살
다이어트 사료도 너무 잘 먹어 곤란
최후의 선택으로 채식을 택했다
수의사에게 다이어트 권유를 받고 사료 급여량을 줄였다. 귀신 같이 알아채는 고양이 ‘니체’.
수의사에게 다이어트 권유를 받고 사료 급여량을 줄였다. 귀신 같이 알아채는 고양이 ‘니체’.
집고양이들은 대부분 ‘뚱냥’이다. 길고양이에 비해 활동량이 적기 때문이다. 개들은 산책하면서 운동량을 올릴 수 있지만 고양이들이 운동량을 늘이려면 캣타워, 상자, 비닐, 쥐돌이 장난감 등 최대한 ‘행동풍부화 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상자를 바꿔주고 캣 타워를 두 개나 배치하고 틈 날때마다 놀아줘도 고양이 니체는 그야말로 디룩디룩 살이 쪄갔다. 간식도 거의 안주는데 왜 이렇게 살이 찌는 것일까.

1kg이나 감량해야 한다는 수의사의 권유에 따라 첫 번째로 사료를 바꿨다. 어차피 선물 받은 고단백질 위주의 사료가 거의 바닥날 참이었다. 동물병원에서 권유해준 다이어트 사료를 주문했다. 단백질 함량을 줄이면 좀 살이 빠질까 싶었는데, 어떻게 된 게 이 뚱냥이 니체는 다이어트 사료도 너무 잘 먹는 것이 아닌가. 결국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마치 다이어트 한다고 다이어트바를 사놓고 너무 많이 먹어 효과가 없는 격이었다.

두 번째로 조금씩 급여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해보았다. 그러나 자기가 매일 먹어야 하는 양에서 조금이라도 줄이면 기가 막히게 눈치를 채는 똑똑이 니체. 울고불고 난리를 치니 다시 사료통에 원래 먹던 양을 채워 넣어주어야 했다.

목 어디 있니, 니체. 길에 살다 집고양이가 된 니체는 잘 먹는 데 반해 활동량은 줄어든 탓인지 후덕한 얼굴,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목 어디 있니, 니체. 길에 살다 집고양이가 된 니체는 잘 먹는 데 반해 활동량은 줄어든 탓인지 후덕한 얼굴,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채식 사료 급여를 선택해보았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고 채식에는 타우린이 부족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채식 사료에도 성분상으로 타우린이 들어있다고 이미 확인을 했고, 부족하다면 타우린을 따로 구입해 줄 수도 있으니 일단은 추진해 보기로 했다. 다이어트 사료에 채식 사료를 조금씩 섞어 주다 완전히 채식 사료를 주기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 예상보다 잘 먹고 있다. 얼마나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지는 추후 지켜보기로 하자. 역시 아무거나 잘 먹는 고양이 니체.

그런데 “고양이에게 채식을 시키는 것은 학대”라고 주장이 있다. 그러나 건강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사료를 바꾸면 된다. 채식 사료를 먹인다고 내일 당장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지는 않으니 과도한 비난과 우려는 사양하고 싶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인간은 잡식이니 고기를 먹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음식이 동물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고 들어가면 사실 복잡하다. 왜 개만 먹지 말라고 하냐. 그럼 소는? 돼지는? 어류는? 식물은 생명 아냐? 이런 질문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채식을 선택하거나, 개고기 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거의 숙명적이다.

항아리 몸매를 자랑하는 묵직한 고양이 ‘니체’. 다이어트 사료도 맛있게 잘 먹는 먹성 좋은 고양이다.
항아리 몸매를 자랑하는 묵직한 고양이 ‘니체’. 다이어트 사료도 맛있게 잘 먹는 먹성 좋은 고양이다.
나는 인간이 잡식이냐 채식이냐 이런 논쟁에도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존중한 상태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쟁하는 테이블은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는. 무엇보다 채식을 선택하면 한국에서는 감수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 별종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채식을 해도 내 건강에 아무런 무리가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두세요. 건강상 육식을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바로 10분만 걸어나가도 고깃집이 널려있으니까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적어도 내 건강을 우려해서 하는 조언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는 사양하고 싶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문제나 채식 문화 정착의 어려움이야 말하기 시작하면 할 얘기가 많지만, 현재의 수준에서 이 채식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개인주의의 부재가 아닐까. 우리 회사, 우리 가족, 우리 선후배, 우리나라라는 집단주의 문화가 깊은 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한 삶, 스스로 책임지는 개인주의 문화는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라.

글·그림·사진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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