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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침입자들은 왜 동물에게 묻지 않나

등록 2018-07-15 10:59수정 2018-07-15 14:27

[애니멀피플] 나의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동물의 삶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한 마음이 아니라 진실 말하는 용기

축제는 끝났다. 지난 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열린 ‘동물축제반대축제’ 7인 7색 릴레이 토크에서 내가 했던 발언은 ‘용기’에 대한 것이었다. 동물의 삶에 깊숙이 다가가니 첨예한 이해관계가 보였다. 그 때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다. 그러나 알고 있다. 세상이 용감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따라서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혼자를 견디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 들여다보면 지루함, 단순함 그 자체이다. 지방을 구석구석 돌아다녀 봤지만 거의 동물들 때문이지 개인 여행은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이 정도 동물에 집중하는 삶을 살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풍경도, 성격도 모두 달라진다. 차마 나에게 말하지 못했겠지만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걸 기대할 정도로 내가 순진하지는 않다. 나는 팩트를 이야기해주고 내가 선택한 길에 관해 이야기해줄 뿐이다.

“왜 회를 안 먹어? 어류에 무슨 복지가 있어? 생선이 불쌍하다면서 채소는 안 불쌍해?” 이렇게 질문하는 당신. 예의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내가 당신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왜 나의 삶에 나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오나.

나는 나다. 제발 “너는 왜 그래?” 라고 묻지 마라. 독자들은 이쯤 되면 ‘동물을 괴롭히는 인간들과 싸움박질하다 까칠하게 늙어가는 중년의 여성’이 보일 것이다. 누군가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른다. 이러다 보니 일년 중 360일 정도는 ‘혼밥’ 신세다. 나는 혼밥을 해도 불행하지 않다.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행과 행복의 기준은 누가 정하나?

니체는 낯선 사람이 자기 공간을 불쑥 찾아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바깥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걸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니체는 낯선 사람이 자기 공간을 불쑥 찾아드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바깥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걸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평소 경계없는 상태의 니체. 배를 드러내고 누워자고 있다.
평소 경계없는 상태의 니체. 배를 드러내고 누워자고 있다.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니체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의 전형적인 개인주의자이다. 자신의 영역 그 안에 쑥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침입자로 여긴다. 자주 집을 찾는 사람에게 얼굴을 보여주기까지 대략 일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밖을 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은 있지만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꺼리는 거다. 누군가 자기 집에 불쑥 들어오면 구석으로 줄행랑을 치거나 심지어 하악댄다. 왜 그렇게 행동하냐고? 니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당신은 니체의 집에 니체의 허락을 얻지 않고 침입해온 것이다.

전국 곳곳에 도로가 뚫리고 산이 깎여 호텔과 리조트, 스키장이 지어지고 있다. 왜 길을 내겠다고, 산을 깎겠다고 동물들에게 묻지 않나. 왜 허락받지 않나. 산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왜 함부로 떼를 지어 찾아가 소리 지르고 쓰레기 버리고 돌아오나. ‘고래축제’라고 이름 붙여놓고 고래 모양 조형물만 잔뜩 만들어놓고 왜 잡아먹나. 왜 사랑한다고 말만하고 실제로는 보호하지 않나. 왜 그렇게 예의가 없나.

나의 영역, 남의 영역 구분도 못하고 힘으로 밀어붙여 남의 땅을 뺏어놓고 고작 즐기는 것이라고는 먹고 마시고 노는 것밖에 모르는 ‘닝겐’들이여. 고양이에게 배워라. 고양이도 쓰레기 봉투를 찢고 새를 사냥한다고? 그래봤자 인간만 하겠어?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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