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고양이를 개보다 많이 기르는 데서도 고양이가 종의 경계를 건너뛰어 사회적 유대를 맺는 능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독립적이고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는 고양이는 주인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고양이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고양이는 어린아이나 개와 마찬가지로 돌보는 이와 안정적인 유대와 애착을 지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아와 보호자 사이의 애착 행동을 알려면 낯선 환경에 아이를 놓고 보호자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을 때 반응을 보면 된다. 안정적인 아이는 돌아온 보호자에 안심해 방을 돌아다니지만, 불안정한 아이는 보호자에 꼭 들러붙거나 탐색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영장류와 개에서도 이런 유대 관계가 확인됐다. 헝가리 동물행동학자들은 2005년 연구에서 늑대와 개의 새끼들을 태어난 직후부터 4달 동안 똑같이 사람 손으로 기른 뒤 위의 애착 행동 실험을 했다. 강아지와 달리 늑대 새끼들은 주인이 낯선 방을 떠날 때 따라가려 하거나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매달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틴 비탈리 미국 오리건 주립대 동물행동학자 등은 개와 마찬가지로 가축화 역사가 오랜 고양이도 개처럼 주인에게 애착을 느끼는지 실험했다. 고양이는 2가지 유형의 행동을 보였다. 안정적인 고양이는 돌아온 주인에 긴장이 풀려 주변을 탐색했다. 불안정한 고양이는 주인의 품속을 떠나려 하지 않거나 방구석에 웅크렸다. 고양이는 주인과 떨어지지 않으려 따라가거나, 홀로 야옹거리며 불안해하고 다시 만나면 반가워 하는 애착 행동을 보였다.
비탈리 박사는 “고양이도 개처럼 개체별 특성에 따라 사람과 안정적, 또는 불안정한 유대를 나타냈다”며 “대부분의 고양이는 낯선 환경에서 주인과 안정적인 유대를 보였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험에서 고양이의 64%가 안정적인 애착 행동을 보였는데, 이 비율은 어린아이(65%)와 개(58%)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와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사회화 훈련을 한 새끼 고양이와 성체 고양이에서도 비슷한 비율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성향이 고양이 고유의 특성일 것으로 추정했다. 사람이 가리키는 대상에 주목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는 고양이는 이제 개와 마찬가지로 종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유대 관계를 맺는 사회성 동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23일 치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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