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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주인 떠난 현관 지키는 개는 수컷이 많네…

등록 2021-10-28 15:26수정 2021-10-28 15:56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위드 코로나’로 홀로 남겨진 반려견이 하는 일…대부분 느긋하게 누워 쉰다
주인이 떠나고 홀로 남은 반려견이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은 가슴 아프다. 그러나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인이 떠나고 홀로 남은 반려견이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은 가슴 아프다. 그러나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는 아마도 반려동물일 것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반려인 덕분에 소통과 돌봄을 듬뿍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좋은 시절은 끝난다. 현관 앞에서 온종일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반려견 영상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런데 현관에서 홀로 대기 중인 개는 정말 주인을 그리워하는 걸까. 개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동물행동학자들은 개의 행동을 통해 심리 상태를 짐작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지만 이제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고립을 배워야 할 때가 왔다. 픽사베이 제공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지만 이제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고립을 배워야 할 때가 왔다. 픽사베이 제공

그루지야대 연구자들은 분리불안을 겪는 개 26마리와 그렇지 않은 개 35마리를 대상으로 주인이 집을 떠난 뒤 30분 동안 홀로 남은 개가 현관 앞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나를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했다. 2006년 ‘수의 행동 저널’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뜻밖에 두 집단 사이에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주인이 외출했을 때 현관을 지키는 행동은 분리불안의 증상이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분리불안은 개가 애착 대상이 사라졌을 때 보이는 비탄을 가리킨다. 지나치게 자주 짖는다거나 물건을 넘어뜨리는 등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집안에서 배설하는 등의 문제행동이 그 증상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 근본원인이 무언지 또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초 데이터가 적다.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개는 주인을 그리워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게릿 스테판 스위스 동물 자연요법 아카데미 연구원 등은 과학저널 ‘응용 동물행동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집에 홀로 남겨진 77마리의 개를 비디오 촬영한 결과 몇 가지 눈길을 끄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개 한 마리가 주인과 함께 지내는 가정 32곳과 개 여러 마리를 기르는 45곳을 대상으로 가정마다 3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주인이 떠나고 홀로 남았을 때 개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녹화했다.

주인이 집을 비웠을 때 친구가 있는 반려견은 덜 외로울까. 연구 결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픽사베이 제공.
주인이 집을 비웠을 때 친구가 있는 반려견은 덜 외로울까. 연구 결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픽사베이 제공.

이 연구는 홀로 남겨진 개에게 친구가 도움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지만 두드러진 결과의 하나는 주인이 떠난 현관을 지키는 개가 압도적으로 수컷이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수컷의 약 60%가 현관 앞에서 눕거나 쉬었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암컷은 10% 미만이었다.

연구자들은 ”현관은 주인이 돌아오는 곳이어서 그 근처에 머무는 것은 기다리는 욕구를 반영한다”면서도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다른 동기도 작용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컷은 벗어나려는 욕구와 공격성이 강한데 현관은 떠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자 외부의 소리가 들려오거나 침입자가 들어오는 곳”이라는 것이다.

또 홀로 있는 시간이 길수록 수컷은 쉬던 잠자리를 떠나 현관 앞으로 가는 경향을 보였고 암컷은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현관에 있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로 돌아갔다.

주인이 떠난 뒤 집에 홀로 남은 반려견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소파와 침대로 36.8%였고 이어 자기 집(잠자리) 27.5%, 현관 앞 18.6% 순이었다.

많은 반려인이 홀로 남은 개가 외로울까 봐 두 마리 이상을 기른다. 이번 조사에서도 주인이 떠난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친구가 있는 개들이 훨씬 활동적이었지만 2∼4시간이 지나면 홀로 있거나 동료가 있거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주인이 나간 집에서 개들은 덜 움직이고 덜 짖으며 느긋하게 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연구자들은 “홀로 있는 기간이 길어져도 활동이 늘지 않는 걸 보면 개들은 익숙해진다면 장시간 분리에도 대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주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반려견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전문가들은 홀로 있기에 적응하려면 너무 요란한 이별과 재회 모습을 연출하지 말라고 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인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반려견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전문가들은 홀로 있기에 적응하려면 너무 요란한 이별과 재회 모습을 연출하지 말라고 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모든 개가 홀로 있는 상황을 대범하게 견디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도 개마다 차이가 컸다”며 “개를 집에 홀로 내버려둘 때 비디오 촬영을 해 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낑낑대는 행동은 암컷에서 더 자주 나타났다. 그런데 짐작과는 달리 여럿이 사는 개들 가운데 낑낑대는 행동이 더 잦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개에게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며 “주인이 없는 동안 대부분 소극적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친구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동물병원협회(AAHA)는 지난 6월 “코로나 대유행과 급증한 반려견이 봉쇄가 해제되면서 분리불안 사태의 홍수를 빚을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개에게 홀로 있는 게 나쁜 상황이 아니란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음은 이 협회가 제시한 분리불안 예방법이다.

-혼자 있던 경험이 없는 개를 갑자기 4∼8시간 떠나지 말아야 한다.

-떠나 있는 기간을 처음 2∼3분부터 시작해 점차 늘린다.

-분리 기간이 처음 한 시간에 이르러도 괜찮으면 2∼4시간으로 늘려도 된다. 이를 몇 차례 되풀이해 8시간으로 늘린다(강아지는 오줌을 참을 수 있는 기간이 훨씬 짧은 걸 고려해야 한다).

-나갈 때마다 간식을 준다. 기간이 길어지면 오래 걸려 꺼내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다. 혼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배워야 한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너무 요란하게 하지 말라. 개를 흥분상태로 남겨놓게 되거나 주인이 있고 없는 상황을 극적으로 대비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인용 논문: Applied Animal Behaviour Science, DOI: 10.1016/j.applanim.2021.10546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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