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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도 있다, 개 못지않은 ‘사회적 인지능력’

등록 2021-08-26 15:23수정 2021-08-26 15:55

[애니멀피플] 조홍섭의 멍냥이 사이언스
출발 달랐지만 가축화 과정서 획득…모를 때 주변 보고 배우는 ‘사회적 참조 능력’도
고양이의 소통능력과 사회적 인지능력은 개나 어린아이와 비슷한 수준이란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고양이의 소통능력과 사회적 인지능력은 개나 어린아이와 비슷한 수준이란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온다. 픽사베이 제공

고양이는 반려인과 거리 두기가 몸에 밴 독립적인 동물로 여겨진다. 정서적인 유대가 든든한 개와 종종 대조된다. 애착의 대상이 개는 주인이지만 고양이는 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양이와 개의 이런 대조는 옳을까. 최근 동물 행동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그렇지 않다. 고양이의 사회적 인지능력은 개나 어린아이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온다. 고양이와 개가 애초 외톨이 포식자와 사회적 포식자에서 출발했지만, 수천 년 동안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과 함께 살면서 소통능력을 키운 덕분이다.

고양이는 대개 외톨이 사냥꾼이지만 자원 상태 등 주변 여건에 따라서는 사회적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양이는 대개 외톨이 사냥꾼이지만 자원 상태 등 주변 여건에 따라서는 사회적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소리를 통한 소통은 대표적인 예이다. 가축화한 고양이와 그 원종인 아프리카 야생고양이의 ‘야옹’ 소리를 비교한 연구에서 가축 고양이의 소리가 훨씬 듣기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먹이를 조르는 고양이의 가르랑 소리는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한 주파수여서 주인이 물리치기 힘들다(▶고양이 ‘골골송’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

게다가 고양이는 주인의 말귀를 알아들어 주인과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고, 사람 얼굴과 목소리를 연결지어 기억하기도 한다. 간식을 주고 쓰다듬어 줄 때 늘 부르는 제 이름을 모를 리 없다. 고양이는 비슷한 소리에 섞인 제 이름을 쉽게 가려낸다(▶고양이도 제 이름 알아듣는다).

시각적인 소통수단도 다양하다. 고양이의 윙크는 그런 대표적인 예로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표시한다(▶고양이 ‘윙크’는 미소, “대화 시작하자”는 신호). 고양이가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이유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읽기’ 위해서다. 주인이 가리킨 손가락 끝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숨겨진 간식을 찾아낸다.

낯선 방에 잠시 홀로 남겨졌다가 주인이 돌아왔을 때 고양이의 65%는 곧 안정을 찾고 방을 탐색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 비율은 어린아이나 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크리스틴 비탈리, 오리건 주립대 제공
낯선 방에 잠시 홀로 남겨졌다가 주인이 돌아왔을 때 고양이의 65%는 곧 안정을 찾고 방을 탐색하는 행동을 보였다. 이 비율은 어린아이나 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크리스틴 비탈리, 오리건 주립대 제공

이런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고양이는 돌보는 사람과 든든한 정서적 유대를 맺는다는 유명한 연구결과가 2019년 나왔다. 크리스틴 비탈리 미국 오리건 주립대 동물행동학자 등은 낯선 방에 고양이를 잠시 두었다 주인이 돌아왔을 때 고양이가 보이는 반응을 분석해 고양이가 어린아이나 개, 침팬지와 비슷하게 사람과 정서적 유대관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밝혔다(▶모든 고양이는 ‘개냥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고양이의 사회적 인지능력이 밝혀졌다. 바로 사회적 참조 능력으로, 예컨대 한밤중에 화재경보가 울릴 때처럼 어떻게 할지 모를 때 주변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 보고 결정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링나 장 등 미국 네슬레 퓨리나 연구소 연구원들은 고양이 56마리를 대상으로 이 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고양이들은 쉽게 먹이를 꺼낼 수 있는 통, 반쯤 뚜껑에 덮인 통, 완전히 덮여 꺼내기 힘든 통을 놓고 반려인이 이를 지켜보거나 딴 데를 볼 때 고양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정밀하게 조사했다.

난관에 부닥쳤을 때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고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참조 능력을 고양이가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픽사베이 제공
난관에 부닥쳤을 때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보고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참조 능력을 고양이가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픽사베이 제공

과학저널 ‘동물인지’ 4월2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고양이는 풀기 힘든 문제에 닥쳤을 때 더 자주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주인 곁에 다가와 닫힌 먹이통을 바라보는 등 이 문제로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더 빈번하게 했다.

또 이런 행동은 주인이 다른 곳을 쳐다볼 때보다 고양이를 주시하고 있을 때 더 자주 나타났다. 이처럼 난제에 부닥쳤을 때 주인의 반응을 살피고 관심을 끌어 해결해 보려는 사회적 참조 능력은 개와 어린아이에게서도 확인된 바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는 고양이가 독립적이고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통념과 달리 사람과 굳건한 유대와 함께 다양한 방식의 소통능력을 지닌다는 최근의 연구와 궤를 같이한다”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Animal Cognition, DOI: 10.1007/s10071-021-01503-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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