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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3개로 열대과일 파먹는 앵무새…“침팬지 수준 창의력”

등록 2021-09-01 11:38수정 2021-09-01 14:43

[애니멀피플]
유황앵무, 용도 맞춰 만든 나뭇가지 도구 능숙하게 사용
인도네시아의 흰이마유황앵무는 나뭇가지를 용도에 맞게 잘라 열대과일 내용물을 파먹는 데 쓴다. 마크 오하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동영상 갈무리.
인도네시아의 흰이마유황앵무는 나뭇가지를 용도에 맞게 잘라 열대과일 내용물을 파먹는 데 쓴다. 마크 오하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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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적지 않지만 도구 세트를 쓰는 동물은 드물다. 손이 없는 야생 앵무가 발과 부리로 3종의 도구를 능숙하게 써 열대과일을 파먹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크 오하라 오스트리아 빈 대학 동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타님바르섬에서 이곳 고유종인 흰이마유황앵무를 연구하다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1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중형 앵무를 포획해 표지를 하고 놓아주는 연구를 했는데 야외 새장에 임시로 가둔 15마리의 앵무 가운데 2마리가 도구를 사용해 열대과일인 바다망고를 먹는 모습을 촬영해 분석했다. 앵무는 나무에서 잘라낸 두껍고 단단한 나뭇가지와 나무껍질에서 벗겨낸 중간 크기의 나뭇가지 , 그리고 가는 나뭇가지 등 3가지를 도구로 사용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각 도구는 용도가 달라 순서 대로 사용했다 .

먼저 열대과일을 발로 움켜쥐고 부리로 단단한 겉껍질을 벗겼다. 속이 드러나면 잘라낸 굵은 나뭇가지를 쐐기처럼 끼워넣어 틈을 벌렸다. 이어 가는 나뭇가지를 수직방향을 밀어넣어 속껍질을 관통한 뒤 중간 나뭇가지를 수평방향으로 움직여 내용물을 퍼내 입으로 가져갔다.

흰이마유황앵무의 도구 세트. 왼쪽은 쐐기로 쓸 잘라낸 굵은 나뭇가지. 가운데는 속껍질을 뚫을 가는 나뭇가지, 오른쪽은 숟가락처럼 내용물을 퍼먹을 중간 크기 나뭇가지. 마크 오하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흰이마유황앵무의 도구 세트. 왼쪽은 쐐기로 쓸 잘라낸 굵은 나뭇가지. 가운데는 속껍질을 뚫을 가는 나뭇가지, 오른쪽은 숟가락처럼 내용물을 퍼먹을 중간 크기 나뭇가지. 마크 오하라 외 (2021)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앵무는 열대과일 하나를 먹는 데 8개의 도구를 썼으며 도구 하나로 평균 8차례 열매 안에 집어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서로 다른 기능의 여러 도구를 순서 대로 사용해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쓴다는 점에서 ’도구 세트’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많은 동물에서 볼 수 있는 단일 용도의 도구 사용보다 앞선 능력”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열대과일을 발로 움켜쥐고 틈을 벌릴 쐐기로 쓸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흰이마유황앵무. 마크 오하라 제공.
열대과일을 발로 움켜쥐고 틈을 벌릴 쐐기로 쓸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흰이마유황앵무. 마크 오하라 제공.

사람 이외에 도구 세트를 쓰는 동물은 침팬지와 오랑우탄 정도가 밝혀져 있다. 침팬지는 꿀벌이나 흰개미 집에서 먹이를 사냥할 때 2∼5개의 도구를 쓰는데 뚫고 들어가 내용물을 꺼낸다는 핵심 기능 면에서 앵무와 비슷하다.

앵무가 열대과일에서 내용물을 꺼내기 위해 구사한 동작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연구자들은 “손이 없는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 가운데 가장 복잡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런 행동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개별적 필요에 따라 습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앵무의 “창의성과 지능”을 보여준다고 논문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야생에서도 같은 열매를 먹으며 도구를 사용해 먹은 흔적이 발견되는 점 등을 들어 이런 행동이 사육장 안에서 생겨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8.00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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