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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체중 30% 먹고 싸는 수염고래, 숲 생태계만큼 지구에 기여

등록 2021-11-04 15:13수정 2021-11-07 14:10

[애니멀피플]
크릴새우 섭취 규모 애초 알려진 것보다 3배 많아
배설물의 철분은 바다 살찌우고 탄소 제거 구실도
수염고래의 일종인 혹등고래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다량의 물과 함께 먹이를 삼키고 있다. 먹이는 수염으로 걸러 먹는다. 존 더반 제공.
수염고래의 일종인 혹등고래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다량의 물과 함께 먹이를 삼키고 있다. 먹이는 수염으로 걸러 먹는다. 존 더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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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를 포함한 수염고래가 바다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소평가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수염고래의 배설물은 바다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핵심으로 바다의 생산성을 11% 높이고 온실가스를 2억t 이상 흡수하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매슈 사보카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실증적인 조사 결과 수염고래가 먹는 양은 이제껏 알려진 것보다 3배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고래가 더 많이 먹는다는 건 대양의 핵심적 영양원인 배설물을 더 많이 내놓는다는 뜻이다.

대왕고래가 배설하는 모습. 깊은 바다의 영양분을 크릴을 통해 바다 표면으로 옮기는 영양순환의 중요한 수단이다. 엘리엇 헤이즌,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대왕고래가 배설하는 모습. 깊은 바다의 영양분을 크릴을 통해 바다 표면으로 옮기는 영양순환의 중요한 수단이다. 엘리엇 헤이즌,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19세기 동안 인류는 상업포경으로 수염고래의 대부분인 200만∼300만 마리를 포획했다. 연구에 참여한 니컬러스 핀슨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만일 우리가 고래의 개체수를 상업포경 이전인 19세기 초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바다 생태계의 잃어버린 엄청난 기능을 되살릴 수 있음을 이 연구로 알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의 계기는 거대한 수염고래가 대체 하루에 얼마나 많이 먹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양에서 수심 100m가 넘는 깊이로 잠수해 크릴을 사냥하는 고래가 얼마나 먹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길이 30m 무게 200t 가까이 자라는 대왕고래를 수조에 넣어 기르며 관찰할 수도 없다.

남극 밍크고래 등에 부착한 흡착 컵. 이 안에 카메라, 녹음기, 지피에스, 가속센서 등 다양한 원격측정장치가 들어있다. 아리 프리들랜더,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남극 밍크고래 등에 부착한 흡착 컵. 이 안에 카메라, 녹음기, 지피에스, 가속센서 등 다양한 원격측정장치가 들어있다. 아리 프리들랜더,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신진대사에 필요한 칼로리를 추정하거나 죽은 고래의 위 내용물을 분석해 사냥 시즌에 매일 체중의 5%를 먹는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2010∼2019년 동안 연구자들은 대서양, 태평양, 남극해에 서식하는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등 수염고래 7종 321마리에 원격측정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사냥 행동을 조사하는 한편 보트의 음향측심기로 크릴떼의 크기와 밀도를 측정했다. 드론으로는 고래의 크기를 측정했다.

“여태껏 이뤄진 가장 정확한 추정” 결과는 놀라웠다. 수염고래가 평균적으로 하루에 먹는 크릴의 양은 체중의 5∼30%로 평균치는 이제까지 추정치의 3배였다. 북동 태평양의 대왕고래는 평균 몸길이가 22.4m였는데 하루에 크릴 16t을 먹었다.

남극해에서 선박과 드론을 이용해 혹등고래를 조사하고 있다. 듀크대,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남극해에서 선박과 드론을 이용해 혹등고래를 조사하고 있다. 듀크대,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건 이들의 배설물이다. 배설물 속에는 크릴에서 섭취한 다량의 철분이 들어있다. 대양의 바닷물에 가장 부족한 영양분은 철이다.

고래가 주변 바닷물보다 철분 농도가 1000만배나 높은 배설물을 바다 표면에 흩트리면 마치 비료를 준 것처럼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고 이를 먹는 동물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 등 해양생태계가 연쇄적으로 풍성해진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어 가라앉으면서 탄소를 환경으로부터 격리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남극해에서 밍크·혹등·긴수염·대왕고래가 1900년대 초 해마다 잡아먹은 크릴이 4억3000만t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남극해 크릴 총량의 2배이며 전 세계 어획량의 2배를 웃도는 양이다.

남극해에서 크릴을 삼키고 있는 혹등고래. 대형 수염고래가 사라지자 그 먹이인 크릴도 격감했다. 알리 프리들랜더,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남극해에서 크릴을 삼키고 있는 혹등고래. 대형 수염고래가 사라지자 그 먹이인 크릴도 격감했다. 알리 프리들랜더,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수염고래가 크릴을 잡아먹고 배설한 철분의 양도 많아 당시는 현재보다 10배 많은 1만2000t을 바다 표면에 배설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그렇다면 막대한 양의 크릴을 잡아먹고 배설하던 수염고래가 포경으로 격감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포식자가 사라지면 먹이나 경쟁자가 득세할 것 같지만 남극해에선 대형고래가 사라진 바다에서 크릴도 80% 이상 줄었다. 물새와 포식어, 해양 포유류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크릴 역설’이라 부른다. 사보카 박사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고래가 움직이는 크릴 가공공장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철분이 고갈된 바다에서 보잉737 크기의 고래들이 생산성을 높여왔는데 어느 날 이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누가 이 비료를 재활용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남극 밍크고래가 배설물을 바다 표면에 흩뿌리고 있다. 마치 대형 항공기가 비료를 살포하는 것 같다. 프리들랜더 연구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남극 밍크고래가 배설물을 바다 표면에 흩뿌리고 있다. 마치 대형 항공기가 비료를 살포하는 것 같다. 프리들랜더 연구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연구자들은 “대형고래를 복원한다면 잃어버린 바다의 생산성도 되살리고 결과적으로 식물플랑크톤이 흡수하던 탄소량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염고래를 포경 이전인 20세기 초 수준으로 회복했을 때 영양분 순환으로 얻을 바다 생산성 향상은 남극해에서만 약 11%이고 해양생태계가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는 연간 2억1500만t에 이를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산했다.

핀슨 박사는 “고래가 생산성 향상과 탄소 제거로 지구에 기여하는 서비스는 전 세계 숲 생태계에 견줄 만하다”며 “고래를 복원해 잃어버린 생태계 기능을 되살리고 자연적인 기후 해결책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Nature, DOI: 10.1038/s41586-021-0399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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