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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지구상에 딱 10마리…판다 닮은 바키타 돌고래의 마지막 ‘희망’

등록 2022-05-09 10:31수정 2022-05-09 10:59

[애니멀피플]
유전체 분석 결과, 2만년 전도 수천마리 ‘소수 종’
근친교배에도 건강 문제없어…불법어획 차단이 관건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해양 포유류인 바키타 돌고래. 지난 10년 사이 99%가 줄어든 멸종위험이 가장 큰 동물이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해양 포유류인 바키타 돌고래. 지난 10년 사이 99%가 줄어든 멸종위험이 가장 큰 동물이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몸길이가 150㎝ 이하인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돌고래인 바키타는 생존 개체수가 10마리 미만인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해양 포유류이기도 하다. 멸종하는 건 시간문제로 간주하던 이 돌고래가 불법 어획만 막는다면 회복할 수 있다는 유전체(게놈) 연구결과가 나왔다.

재컬린 로빈슨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1985~2017 사이 수집한 바키타 돌고래 20마리의 조직샘플을 대상으로 전체 게놈 조사를 한 결과 근친교배로 인한 위험이 크지 않아 혼획 사망률을 즉각 줄인다면 개체수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키타 돌고래의 유일한 서식 해역(파랑 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키타 돌고래의 유일한 서식 해역(파랑 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멕시코의 바하칼리포르니아의 만구 깊숙한 곳의 좁은 해안에서 유일하게 서식하는 이 돌고래는 1997년 첫 조사에서 567마리로 추정됐지만 이후 2007년 150마리, 2018년 19마리 미만 등으로 급속히 줄었고 올해 조사에서는 10마리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사이 99%가 줄어들었다.

바키타 돌고래의 주요 위협요인은 자망의 부수 어획이다. 지역 어민이 물고기와 새우를 잡기 위해 해안에 펼치는 그물에 소형 돌고래가 우연히 걸리곤 한다.

당국이 자망 어획을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엔 이 바다에서 민어 비슷한 대형 어류인 토토아바의 부레가 중국 암시장에서 고가에 팔리자 자망을 이용한 불법 어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7년 그때까지 30마리가 남았던 바키타 돌고래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자 멕시코 정부가 모금을 포함한 비상계획이 나섰다. NMMF 제공.
2017년 그때까지 30마리가 남았던 바키타 돌고래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되자 멕시코 정부가 모금을 포함한 비상계획이 나섰다. NMMF 제공.

문제는 바키타 돌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하자 ‘어차피 멸종할 것 아니냐’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키타 보전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어민 생계가 큰 문제가 되자 멕시코 정부는 2017년 3억 달러 규모의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개체수가 25마리가 안 되면 생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열성유전자가 발현돼 환경변화와 질병, 기생충의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멸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연구자들은 바키타 돌고래의 게놈 데이터를 바탕으로 근친교배의 악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했다.

교신저자인 크리스토퍼 카이리아지스 캘리포니아대 박사과정생은 “흥미롭게도 다른 많은 종이 유전자 풀이 줄어들어 어떤 한도에 이르면 해로운 돌연변이 같은 유전적 요인으로 멸종하는데 바키타 돌고래는 그렇지 않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키타 돌고래는 판다처럼 눈 주변을 둘러싼 검은 띠가 나 있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바키타 돌고래는 판다처럼 눈 주변을 둘러싼 검은 띠가 나 있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유전체 분석 결과 이 돌고래는 최근의 급감사태 훨씬 전부터 개체수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2만5700년 전 이 돌고래의 개체수는 4485∼2807마리로 추정됐다.

연구자들은 “수천 년 동안 소수 집단으로 살아온 이 돌고래는 유전 다양성은 낮았지만 약하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변이만 축적됐기 때문에 종 자체의 건강과 번식력에는 큰 지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초 많은 개체수가 아니라 수천 마리였다가 지난 30년 새 10마리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에 악성 변이로 인한 영향은 덜 심각했다는 얘기다.

로빈슨은 “수만 년 동안 낮은 유전 다양성으로 살아온 바키타 돌고래는 기본적으로 섬에 사는 종과 마찬가지”라며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과 번식에 영향을 끼칠 악성 변이는 점차 청소돼 사라졌다”고 말했다.

쌍을 이뤄 헤엄치는 바키타 돌고래. 소수의 개체지만 근친교배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쌍을 이뤄 헤엄치는 바키타 돌고래. 소수의 개체지만 근친교배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폴라 올슨,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연구자들이 앞으로 50년 안에 이 돌고래의 멸종 확률을 계산한 결과 자망 어획을 즉각 중단할 경우 근친교배에도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불법 어획이 보통 수준으로 계속되더라도 회복은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망 어획을 즉시 중단할 때 50년 뒤 멸종 확률은 6%였고 혼획으로 인한 사망률이 90% 줄어든다면 멸종위험은 27%로 늘며 혼획 사망률이 80% 줄면 멸종위험은 62%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웨인 교수는 “바키타 돌고래는 독특한 진화 계열을 대표한다. 세계 어디에도 비슷한 종이 없다. 이 돌고래가 사라진다면 이 독특한 생태계에 적응해 진화한 중요한 포식자를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m17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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