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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번식력 여왕’ 대어를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

등록 2020-04-08 16:43수정 2020-04-09 15:12

[애니멀피플]
중간 크기만 잡아도 생산량 비슷…나이 들수록 양질의 알 많이 낳아
크로아티아의 한 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은 대형 강꼬치고기. 나이 든 대형 암컷은 집단을 유지할 핵심 번식력을 보유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크로아티아의 한 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은 대형 강꼬치고기. 나이 든 대형 암컷은 집단을 유지할 핵심 번식력을 보유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꾼의 꿈은 대어를 낚는 것이다. 어선도 잡지 못하는 작은 물고기 기준은 있어도 큰 물고기는 제한 없이 잡는다. 그러나 물고기 집단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잡으려면 작은 물고기뿐 아니라 번식력이 탁월한 나이 든 대형 암컷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번식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산업의 오랜 관행이다. 적어도 한 번은 번식에 참여한 물고기만을 지속해서 솎아내는 방식으로 어획량을 극대화한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 길이까지 자라지 못한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포획 금지 체장’은 그런 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공고한 기준은 넙치·고등어 21㎝, 대구·방어 30㎝, 갈치 18㎝(머리에서 항문까지), 감성돔 20㎝ 등이다.

그러나 어획량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번식력이 왕성한 큰 물고기의 포획도 어린 물고기처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물고기가 커질수록 번식력이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고 바르네체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생물학자 등은 201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해산어 342종을 대상으로 몸 크기별 번식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연구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몸무게 2㎏짜리 암컷 1마리의 번식력은 1㎏짜리 2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30㎏짜리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

30㎏짜리 대형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A).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B). 바르네체 외 ‘사이언스’ (2010) 제공.
30㎏짜리 대형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A).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B). 바르네체 외 ‘사이언스’ (2010) 제공.

그렇다면 크고 성숙한 암컷을 잡지 않으면 어획량에 어떤 영향이 끼칠까. 로버트 아렌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어류 및 수산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미성숙 어린 물고기와 아주 큰 물고기를 모두 포획하지 않더라도 어린 물고기만 제한하는 기존 어업과 비슷한 어획고를 올릴 수 있으며,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밥상에 오르기 적당한 중간 크기 물고기만 잡자’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유라시아와 북미에 널리 분포해 상업용 및 레저용 어획 대상인 강꼬치고기를 대상으로 모델링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아를링하우스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대형 산란어를 보호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수산업계에 뿌리 깊지만, 이번 연구로 볼 때 시대착오적이다. 큰 개체를 보호하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개체군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린다. 특히 강도 높은 어획 대상 종에서는 중간 크기만 잡는 방식이 기존 어획보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낫다”고 베를린 연구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어린 개체와 아주 큰 개체를 모두 잡지 않았을 때도 어린 개체만 규제할 때에 견줘 생산량의 95%를 어획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나이 많은 큰 암컷은 이미 다음 세대를 배출했기 때문에 제 몫을 다 한 것이라고 이제까지 보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 대신 번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다산성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 “크기와 나이가 다른 물고기들은 산란하는 시기와 장소가 달라 환경사고가 나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며, 나이 든 물고기의 이동 경로와 먹이 확보 장소, 습성 등을 어린 물고기가 학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일반적이던 1m가 넘는 초대형 대서양대구. 남획으로 집단이 붕괴하면서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가두스 모루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과거 일반적이던 1m가 넘는 초대형 대서양대구. 남획으로 집단이 붕괴하면서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가두스 모루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형 물고기 남획은 어종의 왜소화를 낳고 있다. 남획으로 어장이 붕괴하기 전 포획된 대서양대구는 길이 120∼130㎝에 무게 20∼26㎏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그 절반 크기가 대부분이다. 또 기후변화도 물고기를 작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에서 바닷물 표층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물고기의 길이는 15%까지 줄어든다고 예측됐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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