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낚시 대상어인 큰입배스. 북미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외래종으로 전국에 퍼져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고기가 많을수록 낚시가 잘 된다. 그러나 종종 물고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잘 낚이기도 한다. 잡히는 것만 보고 물고기 자원이 풍부한 줄 알고 계속 잡다 보면 물고기의 씨가 마르기에 십상이다.
물고기 집단은 감소했는데도 어획량은 유지되는 이런 현상은 민물과 바다, 레저용 낚시와 상업용 어획 모두에서 나타난다. 어장의 붕괴를 부르는 이런 현상이 왜 생기는지, 호수를 통째로 실험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 연구자들은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자연호수에서 큰입배스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가면서 낚시에 걸리는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3명의 연구자가 12주에 걸쳐 매주 한 번씩 해 뜰 무렵과 해 질 무렵 2차례에 걸쳐 각각 2시간씩 배스 낚시를 했다. 이들은 호수 연안의 배스가 선호하는 지점에서 낚시했으며, 어느 지점에서 배스를 낚았는지 기록했다.
연구자들이 매주 낚은 배스의 마릿수. 위는 호수 전체 개체수, 아래는 주당 낚은 마릿수. 전체 개체수가 줄어들어도 낚이는 수는 큰 변동이 없다. 콜린 다소우 외 (2020) ‘캐나다 수산과학 연구저널’ 제공.
놀랍게도 호수에 배스가 352마리에 이르렀을 때나 25마리로 줄었을 때나 낚시에 걸리는 수에는 큰 차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를 배스가 죽은 나무 수몰지대나 수초지대 등에 좋아하는 장소에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연안의 선호지점에서 배스가 낚이면 그 빈자리를 호수 표면에 있던 배스가 채우기 때문에 낚이는 개체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배스가 낚인 지점은 호수의 몇몇 지점에 몰려 있지 않고 연안 전체에 고루 퍼져 있었다. 연구자들은 “물고기는 선호하는 서식지에 느슨하게 몰리는데, 낚시꾼이 이들을 표적으로 삼을 만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수산과학 연구저널’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 솔로몬 미국 캐리 생태계 연구소 생태학자는 “물고기가 알을 낳으려고 몰리지 않더라도 일 년 중 아무 때라도 물고기가 어디에 몰려드는지 낚시꾼이 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어종이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낚시꾼은 낚시가 잘 된다고 꼭 물고기가 많은 것이 아님을 꼭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근본적으로 과도한 낚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몰려 산란하는 시기와 장소에서의 낚시 금지 등 낚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어획고를 기록하던 대서양대구는 남획으로 1990년대 초 어장이 붕괴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실제로 수산자원이 격감하고 있음에도 어획량이 증가해 결국 어장 붕괴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대서양대구 어업이다. 오랜 남획으로 대구 집단이 급속히 줄자 대구는 자연스럽게 한 곳에서 커다란 무리를 이루는 식으로 대응했다.
어장 붕괴 직전인 1990년 보나비스타 해역에는 1980년대보다 5배나 많은 대구가 모여들었고, 엄청난 대구 어군에 고양된 캐나다 수산당국은 어획 쿼터를 늘리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의 낚시 대상어인 바다농어도 수십 년 동안 높은 어획량을 유지하다 1990년대 말 어장이 붕괴했다. 산란기 모여든 농어를 집중적으로 포획한 것이 원인이었다.
인용 저널:
Canadian Journal of Fisheries and Aquatic Sciences, DOI: 10.1139/cjfas-2019-0245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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