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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두꺼비 통째로 삼키지 않는 뱀 발견…‘죽음의 회전’하는 이유

등록 2021-02-22 15:01수정 2021-02-23 21:35

[애니멀피플]
쿠크리 뱀, 배 갈라 내장 하나씩 떼어 삼켜…크기 줄이려는 듯
쿠크리 뱀의 일종이 두꺼비의 배를 가르고 머리를 집어넣어 내장을 떼어먹는 모습. 뱀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포식 행동이다. 위나이 수탄탕자이 제공
쿠크리 뱀의 일종이 두꺼비의 배를 가르고 머리를 집어넣어 내장을 떼어먹는 모습. 뱀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포식 행동이다. 위나이 수탄탕자이 제공

뱀은 개구리 같은 먹이를 통째로 삼킨다.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는 턱 구조인 데다 씹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먹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안으로 구부러진 이와 강력한 몸 근육으로 먹이를 삼킨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소화한다.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포식 행동이 동남아에 서식하는 뱀한테서 발견됐다. 이들은 먹이를 삼키기도 하지만 그 전에 먹이의 배를 가른 뒤 머리를 그 속에 밀어 넣어 내장을 하나씩 떼어내 삼킨다.

헨리크 브링수 덴마크 파충류학자 등은 ‘쿠크리 뱀’으로 알려진 올리고돈 속의 뱀 3종에서 이런 행동을 잇달아 발견했다고 지난해부터 일련의 논문을 통해 보고했다. 쿠크리 뱀은 이제까지 다른 뱀이나 새의 알을 주로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두꺼비나 개구리의 내장을, 그것도 몇 시간 동안 살아있는 상태에서 잘라내 삼키는 방식이어서 어떻게 그런 행동이 진화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어린 두꺼비를 거의 삼킨 쿠크리 뱀 일종. 어린 두꺼비는 독의 양이 적어 삼키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나중에 큰 두꺼비도 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칸자나 님우암 제공
어린 두꺼비를 거의 삼킨 쿠크리 뱀 일종. 어린 두꺼비는 독의 양이 적어 삼키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나중에 큰 두꺼비도 삼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칸자나 님우암 제공

덴마크와 태국 공동연구진은 태국 북동부에서 쿠크리 뱀이 두꺼비 성체를 이런 방식으로 잡아먹는 모습을 3건, 어린 두꺼비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1건 관찰했다고 지난해 과학저널 ‘허피토조아’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뱀에서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은 섬뜩한 방식의 포식 방법을 발견했다”며 “두꺼비의 목과 등에서 분비하는 치명적인 독소를 피하기 위해 이런 포식행동이 출현했으며 작은 두꺼비는 독이 약해 그냥 삼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잔혹한 사냥 방식은 쿠크리 뱀의 다른 2종에서도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5월 베트남 깟띠엔 국립공원과 홍콩에서 관찰된 각각 1건과 2건의 쿠크리 뱀의 개구리와 맹꽁이, 두꺼비 포식 행동에서도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먹는 것을 확인했다.

베트남에서 확인된 쿠크리 뱀 일종이 두꺼비의 내장을 먹는 모습. 여러 차례 ‘죽음의 회전’을 했다. 헨리크 브링수 외 (2021) ‘허피토조아’ 제공
베트남에서 확인된 쿠크리 뱀 일종이 두꺼비의 내장을 먹는 모습. 여러 차례 ‘죽음의 회전’을 했다. 헨리크 브링수 외 (2021) ‘허피토조아’ 제공

특이한 것은 배 속에 머리를 넣은 채 여러 차례 몸을 회전하는 행동이었다. 브링수는 “(악어에서 보는) ‘죽음의 회전’이 내장을 떼어내 삼키기 위한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배 속의 내장을 먹은 뒤 남은 사체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도 관찰됐다. 연구자들은 “먹이를 어떻게 먹을까 결정하는 건 (독이 아니라) 크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길이 13㎝의 대형 두꺼비를 공격한 쿠크리 뱀은 길이 70㎝에 불과했는데, 내장을 떼어낸 뒤 통째로 삼켰다. 이는 “뱀이 두꺼비 독소에 대한 내성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쿠크리 뱀의 일종. 동남아 열대림에 83종이 사는 이 뱀은 목 뒤 독니로 혈액 응고방지 성분을 주입한다. 버나드 듀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쿠크리 뱀의 일종. 동남아 열대림에 83종이 사는 이 뱀은 목 뒤 독니로 혈액 응고방지 성분을 주입한다. 버나드 듀퐁,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쿠크리 뱀은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 반도 등 동남아에 83종이 사는데 머리가 작고 몸길이가 비교적 짧다. 목 뒤에 네팔의 구르카 족 등이 쓰는 칼(쿠크리) 비슷한 형태의 독니가 달려 있다.

브링수는 “흔히 사람에 해가 없다고 알려졌지만 물리지 않는 게 좋다”고 권했다. 이 뱀의 이는 관통보다는 째는 기능을 해 물리면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가 나는데 독액에는 혈액의 응고를 막는 성분이 들어있어 출혈이 여러 시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이런 독성분 덕분에 두꺼비의 내장을 여러 시간 동안 떼어내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용 논문: OGH Herpetozoa, DOI: 10.3897/herpetozoa.34.e6268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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