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사냥으로 유명한 태평양의 산호상어가 상승하는 조류를 타며 낮 동안 휴식을 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랑 발레스타 제공
한밤중 산호상어 수백 마리가 떼 지어 사냥하는 모습이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파카라바 환초에서 색다른 상어 행동이 발견됐다. 파도를 타듯 줄지어 조류를 타는 모습이 그것이다.
야니스 파파스타마티우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밤 동안 극적인 무리 사냥을 한 산호상어 상당수가 낮에도 사냥터인 해협에 머물며 느긋하게 ‘파도타기’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상어 무리는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한 채 꼬리지느러미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파파스타마티우 교수는 “낮 동안 상어들은 꽤 차분하고 느긋한 상태였고 몸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며 헤엄쳤다”며 “흥미롭게도 그곳은 조류가 상당히 강한 지점이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상어의 이런 행동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것 같다고 ‘동물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는 직접 잠수 관찰과 상어의 위치와 행동을 파악하기 위한 소형 감지기 부착 등의 방법으로 이뤄졌다.
산호상어는 헤엄을 멈추면 아가미구멍에 산소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좁은 해협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조류가 상승하는 구간은 쉬면서도 양력을 받아 몸을 띄우고 산소를 공급받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상어들은 낮 동안 해협을 통해 조류가 들어오면서 강한 상승류가 형성될 때는 조류가 약한 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고 조류가 외해로 빠져나가면서 와류를 형성할 때는 표면으로 올라가 부드럽게 상승류를 타는 것으로 밝혀졌다.
500여 마리에 이르는 환초의 산호상어는 에너지를 최소로 쓰면서 호흡하기 위해 상승류가 생기는 지점에 몰려든다. 로랑 발레스타 제공
흥미로운 것은 상어들이 컨베이어벨트 같은 방식으로 조류를 타는 점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상승류를 타면서 뒤로 차츰 밀려나 구간의 끄트머리에 이르면 다시 맨 앞으로 돌아가 다시 상승류를 탔다. 마치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앞에 줄을 서 차례로 미끄럼을 탄 뒤 다시 줄 끝에 돌아오는 아이들 같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상승류를 타는 방식으로 산호상어는 대사 에너지를 10∼15% 줄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행동은 낮 동안 먼저 공기가 달궈지는 산꼭대기를 향해 상승기류가 발생하는 곳에서 날개를 치지 않고도 공중을 선회하는 새들과 비슷하다.
파카라바 환초의 위성 사진. 흰 부분은 구름이며 환초는 사각형 모양이다. 긴 변은 약 60㎞이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연구자들은 “상어가 어떻게 에너지 경관을 이용하는지 이해한다면 왜 특정 장소에 많은 수의 상어가 몰려들고 왜 어떤 곳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빙 명소인 파카라바 환초에는 500여 마리의 산호상어가 산다.
인용 논문: Journal of Animal Ecology, DOI: 10.1111/1365-2656.1353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