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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농장동물

코로나19보다 더한 돼지들의 ‘팬데믹’

등록 2020-05-28 16:10수정 2020-05-28 16:54

[애니멀피플] 빨라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속도
인도 북부, 파퓨아뉴기니까지…중국은 ‘토착화’ 적응 태세
공식 통계로만 700만마리 살처분, 벌써 지난해 수준 넘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기세가 무섭다. 주요 시장에서 청정 지역은 서유럽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만 남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기세가 무섭다. 주요 시장에서 청정 지역은 서유럽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만 남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올해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살처분으로 희생된 동물의 수가 벌써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는 추정이 나왔다.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살처분 개체 수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2019년 한해 총 살처분 개체 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생존력이 강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가공육에서도 수개월 생존하며, 감염된 돼지의 폐사율은 100%에 육박한다. 유행한 지 거의 100년이 되지만, 예방백신은 나오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과 동유럽의 일부 지역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안드리 로츠탈리니 동물보건담당관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수치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수치 그리고 우리 긴급예방시스템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영향을 받는 동물의 수는 사상 최대이고, 지금도 거침없는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질환 감염과 관련한 폐사 개체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0만 마리이고, 공식적으로 살처분된 수는 540만 마리로 지난해 690만 마리의 3분의 2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의 개체수를 포함하면 이보다 몇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2018년 가을 중국에서 유행하면서 파괴력을 키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공식 보고된 바에 따르면, 중국에서 돼지 110만 마리가 그해 살처분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2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는 주장이 있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라보뱅크’는 중국에서 사육 중인 돼지 3억6000만 마리 중 최소 40%가 살처분 됐을 거라고 지난해 7월 추정하기도 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 보고서에서 2016~18년 발병 지역을 표시한 지도.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지역이 추가 확산된 곳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 보고서에서 2016~18년 발병 지역을 표시한 지도.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지역이 추가 확산된 곳이다.
올해 들어서도 바이러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북부와 바다 건너 필리핀을 거쳐 파푸아뉴기니까지 바이러스가 퍼졌다. 벨기에는 야생 멧돼지를 대상으로 방역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서유럽 국가들은 바이러스 확산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 국립수의건강학교 교수인 티모시 버그는 “지난해만 해도 발병 사례가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져 놀랐다. 지금은 팬데믹(대유행)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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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바이러스 안고 간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다. 전체 육류 소비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더불어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소비된다. 이런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선호 성향을 고려하면, 중국 정부가 청정국을 유지하는 방식의 ‘차단 방역’(감염 농장 살처분과 주변 지역 예방적 살처분)을 고집하기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막대한 돼지고기 수요량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토착 질병’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치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1일 돼지고깃값 폭등 속에 중국의 대형 양돈업체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터진 육류대란 사태가 중국의 양돈업체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민간인통제선 남쪽인 경기 파주, 강원 고성 등의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북한을 통해서 건너온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육 돼지는 지난해 9월 농장에서 처음 발생하고 10월9일 이후 추가 발생은 없는 상태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돼지를 살처분한 261개 농가에 대해서 여름철까지 재입식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워낙 높아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파 위험성이 크다는 게 농축산부의 판단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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