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코로나19가 미국 도축장을 덮친 이유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장식 축산의 구조는 그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임금 이주노동자뿐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장식 축산의 구조는 그대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임금 이주노동자뿐
노동자들이 돼지고기를 도축해 가공 처리하고 있다. 클립아트이미지 코리아 제공
싼값의 고기 → 저임금 밀집 노동 → 코로나19 감염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세계는 정육공장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정육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코로나19 안 걸렸는데, 왜 돼지들이 살처분됩니까?’) 2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러한 사태가 “싼값으로 시장에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밑바닥에서 벌이는 재앙의 경주” 때문이라는 노조 관계자의 말을 소개하며, 공장식 축산 체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100년 전 업턴 싱클레어가 고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정육공장에서도 저임금 이주노동자가 좁고 열악한 공장에서 서로 부대끼며 고기를 해체한다. 고기의 대량 소비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은 현대 사회의 육식 체제에서 ‘동전의 양면’이라는 얘기이다.
세계 최대의 도축장이자, 세계 최초로 정육 가공 공정에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시카고 유니언 스톡 야드’의 노동자들이 가죽을 벗긴 동물들 앞에 서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정육공장에서 칠면조 고기를 해체 가공하고 있다. 밀접 접촉해 일하는 특성상 노동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문을 닫는 정육공장이 많아졌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쿠팡 물류센터와 정육공장의 진짜 문제점 국내에서도 5월 말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적이 있었다. 그 원인으로 노동자가 일하는 냉동 창고가 지목됐다. 섭씨 1도만 낮아져도 상품 질이 떨어져 경제적 손실이 생기는 만큼, 업체는 이중 삼중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는 등 실내 온도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환기되지 않은 환경은 바이러스 농도를 높이기 마련이다. 미국의 정육가공업체들은 비슷한 논리를 들어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려 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자 피해가 냉장·냉동실의 구조와 차가운 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케임브리지대 수의학과장인 제임스 우드 교수는 <가디언>에 이를 “흥미로운 가설”이라면서도 “노동자 간의 밀접 접촉, 내외부로 공기 순환 등의 변수를 제거해야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 말도 안 되게 싸진 고깃값은 좁은 공간에서 속도에 밀리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지불한 대가다. 업턴 싱클레어가 도축장을 ‘정글’로 묘사한 지 100년이 지났고, 그 구조만을 볼 때 정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