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영장류학자인 제인 구달 박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인류의 동물 학대와 자연 경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12일 ‘아에프페’(AFP)에 따르면, 제인 구달 박사는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제인 구달의 희망’(Jane Goodall: The Hope) 개봉에 앞서 진행한 전화 회견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의 출현은 수년 전에 예견됐다. 자연을 무시하고 지구를 공유해야 할 동물들을 경시한 결과 판데믹(대유행·Pandemic)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우리가 숲을 파괴하면 숲에 있는 여러 종의 동물이 가까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질병이 한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 전염된다. 그리고 병이 옮은 동물이 다시 인간과 접촉하게 되면서 인간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생동물이 식용으로 팔리는 현실과 공장식 축산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동물들이 식용으로 사냥되고 있다. 특히, 중국 육류시장에서는 야생동물들이 거래된다. 또 전세계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이 집약적인 사육농장에서 길러진다. 이러한 조건들이 바이러스가 종의 벽을 넘어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살아있는 야생동물 시장을 폐쇄한 것을 언급하며 “시장 폐쇄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닌 영구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따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코로나 시대’ 야생동물 시장이 왜 위험할까요?) 한편, 중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개를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재분류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5월1일부터 개와 고양이의 식용 판매와 소비가 전면 금지된다.
구달 박사는 아프리카의 경우에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야생동물 판매에 의지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윤리적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 빈곤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유행을 막기 위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봉쇄조치들은 사람들을 각성시킬 것이다. 우리는 자연계의 일부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이 우리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훔치는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40년 넘게 침팬지와 생활하며 획기적인 사실을 밝혀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그는 현재 모든 모금행사를 취소하고 영국 자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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