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포스트 코로나19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묻다 ⑥ 마지막회
“돈 주고 사니 귀하게 안 여겨...빨리 법으로 금지할 필요”
“개식용 문제는 합의 이뤄야…‘불법 처벌받는다’ 인식 확산”
“돈 주고 사니 귀하게 안 여겨...빨리 법으로 금지할 필요”
“개식용 문제는 합의 이뤄야…‘불법 처벌받는다’ 인식 확산”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선제적이고 대중적인 동물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재명 도지사가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도청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고양이 입양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원/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코로나19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 일로다. 얼마나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나? “감염력과 속도 면에서 전례가 없다. 당분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이 병원체와 영구적으로 동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공존하면서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차 파도’도 이미 예상했던 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이 지연작전에 성공한 것이지 근본적 대책을 만든 게 아니다.” ―경기도의 병상이나 인력은 여유가 있나? “전체 환자 중 중증 환자는 전체의 2~3% 수준이라서, 대다수는 생활치료시설에서 가능하다. 현재로선 가용병실도 253개(전체의 43.6%)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방역 수칙이 강화됐고, 집합 제한·금지 명령은 더 많이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정확히는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건데, 그렇게 하려면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에 물리적 규제를 해야 한다.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꺼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신뢰를 바탕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이재명 도지사는 “감염병이 안 생기게 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원/이종근 기자
험난했던 모란시장 개 도축 시설 폐쇄 ―동물 문제로 들어가 보자. 성남시장 때 모란시장의 개 도축시설을 없앴다. 이해관계자가 대립하는 사안이라 과거의 단체장도 섣불리 손대기 힘들었는데? “사실 동물보호 차원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의 민속 오일장인데, 개 도축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았다. 전국의 살아있는 개 3분의 1이 여기서 도축됐다. 모란시장을 살리고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한 것이다. 둘째는 잔인하고 가혹한 문화를 줄여보자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개를 길러 잡아 파는 것’ 자체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비법의 영역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막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래서 강온 전략을 병행했다. 불법 행위는 단속해서 처벌하는 한편 전업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러니 서서히 바뀌었다. 준비 작업까지 포함해 3~4년 걸렸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양쪽에서 성남시를 욕했다. 동물단체에서는 성남시가 불법을 방치한다고 주장하고, 상인들은 동물단체에 휘둘린다고 맞섰다. 내가 모란시장 하면서 생각이 바뀐 것도 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게 주된 이유였는데, 두 번째 목적인 교육·문화적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의 생명도 존중하지 않는다. 그 뒤 동물보호 전문가도 채용하고, 길고양이 급식 지원도 했다.”
경기 모란시장에 개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 도축 시설은 성남시와 환경정비협약을 통해 모란시장에서 철수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반려동물을 돈을 주고 사니까 귀하여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펫숍에서 판매되고 있는 강아지. <한겨레> 자료사진
다음에 반려견을 입양한다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시가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입양한 유기견 ‘행복이’가 논란이 됐었다. “유기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성남시에서 공식 입양해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됐다. 절정은 내가 성남시에서 경기도로 오면서 버리고 왔다는 주장이었는데, 개인이 입양했으면 내가 데려오면 된다. 그런데 행복이가 성남시 소유의 공적 자산이어서, 그게 안 됐다. 그래서 경기도로 소유권을 이전하려고도 해봤는데, 지자체간 자산 이동이 복잡하더라. 무료로 못 주게 되어 있었다. 정치적 논란이 커지니까, 카라에서 차라리 파양하자고 했고, 지금은 다른 곳에 재입양 가서 산다.” ―행복이랑 친했나? “먹지도 못할 것 먹이고… 그렇게 자라다 구출된 개였다. 건강이 안 좋고 트라우마 때문에 공격적 성향이 있어서 행동교정도 받았다. 집에 데려가서 양배추 삶아주곤 했다. 보통 리트리버는 사람 옆에 순하게 붙어 있는데, 행복이는 제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나중에는 너무 힘이 세서 데리고 다니기 너무 힘들었다. (웃음) 최근에 사진을 보내줬는데, 잘살고 있더라.”
성남시장 재직 시절, 행복이와 포즈를 취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성남시 제공
생명존중, 중요한 의제 될 것이다 ―경기도에는 가축행복농장제가 있는데?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현대의 밀집 사육 시스템은 동물을 키운다기보다는 고기를 만드는 거다. 동물도 행복하고 인간도 건강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농수산식품부에서 하는 동물복지 농장은 인증 요건이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경기도는 그 전 단계로 행복농장을 지정해 지원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동물복지 농장이 되도록 돕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변화가 클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에서 올 거다. 디지털 경제의 확산 속에서 비대면 접촉이 뉴노멀이 되지 않겠나? 그동안 약탈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자연환경이 건강한 삶을 위한 토대라는 생각으로 바뀔 것이다. 생명존중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이제 좀 더 크고 길게 멀게 새롭게 봐야 한다.”
지난 2월8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관련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을 찾아 체온 측정 등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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