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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퍼피’ 코로나19가 강아지 유행을 일으켰다

등록 2020-12-28 14:15수정 2020-12-28 14:45

[애니멀피플]
영국, 미국 등 재택·거리두기로 반려견 입양 수요 늘어나
“강아지 값 폭등…밀수, 절도, 강아지 공장 조장 등 우려”
코로나19 확산 후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급증해 ‘팬데믹 퍼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 후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급증해 ‘팬데믹 퍼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초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의 유기가 증가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2020년이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이 우려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동제한(락다운),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강아지 입양’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동안 늘어난 개 입양 트렌드를 반영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많은 강아지가 반려인을 만나 새 가족을 이뤘다니 좋은 소식이 아닐까. 그러나 동물단체와 훈련사들은 충동적인 강아지 입양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6일(현지시각)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강아지 열광에 불을 붙였나’라는 기사를 통해 최근 영국 내 늘어나는 강아지 입양과 이것이 유기동물보호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8년차 강아지 훈련사인 조앤 두난(Joanne Doonan)씨는 올해 역대 최고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 확산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반려동물의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 확산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반려동물의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새로 개를 입양한 사람들의 예약이 끊임없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히 미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계속 추가되는 강아지 훈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제 예약을 받을 수 없을 지경”이라며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재택을 하는 지금이 강아지를 입양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이 훈련사는 “반면 반려동물 입양에 큰 관심이 없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냥 충동적으로 결정한 사람들도 봤다”면서 강아지들이 적절한 훈련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강아지에게 생후 3~12주는 중요한 시기이고, 이때의 사회화가 평생을 좌우한다. 계속 강아지 사회화 수업을 하겠지만 지금처럼 일이 밀려들면 분명 놓치는 강아지들이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훈련사가 너무 많은 개들을 상대하는 한편,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개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 전역의 유기·파양동물의 재입양을 돕는 ‘도그 트러스트’(Dog Trust)의 북아일랜드 밸리미나 보호소는 한동안 매년 증가하던 입소견의 수가 올해는 전년 대비 약 30%p나 감소했다.

파양이나 유기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도그 트러스트 활동가인 코너 오케인(Conor O'Kane)은 입소견의 수가 줄어든 것이 유기·파양견이 줄어든 것은 아닐 거라고 추측했다. 그는 “사람들이 파양견을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키거나 온라인을 통해 되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난 3월 락다운 당시 유기가 증가할 거란 우려는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다시 재택이 끝나 사무실로 돌아가고 집을 비우기 시작할 때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2013년 영국 웨일스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루시’는 영국의 6개월령 이하 강아지·고양이 펫숍 판매 금지 법안을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lucytherescuecavalier
2013년 영국 웨일스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루시’는 영국의 6개월령 이하 강아지·고양이 펫숍 판매 금지 법안을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lucytherescuecavalier
수요가 증가하며 ‘강아지 값’이 폭등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증가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북아일랜드 아시시 동물보호소(Assisi Animal Sanctuary) 나이젤 메이슨 소장은 “그동안 보호소는 개들로 빽빽했지만 현재는 보호 중인 개가 현저히 적어졌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강아지 입양을 문의해 오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개와 강아지를 원하고 있고, 우리가 답을 주지 못하자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로 국가가 봉쇄된 기간에 강아지 가격이 크게 올라 평균 1900파운드(한화 276만 원)에 육박했다. 혈통있는 품종견의 경우 1000~3000파운드(150~450만원)까지 나가고, 혈통견이 아닐 경우에도 이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메이슨 소장은 이처럼 높은 강아지 값이 밀수나 절도, 강아지 공장 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6개월령 이하 강아지·고양이를 펫숍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열악한 강아지 공장 막는 영국 ‘루시법’)

‘강아지 열풍’에 미국에서는 최근 강아지 입양 사기가 코로나 시기 이전보다 280%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동물단체 어니스트 포(Honest Paw)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며 “사기업체들은 실제로 동물을 보여주지 않고 영상이나 사진 등을 제공하고 결제를 유도하거나 개의 배송, 접종, 보험 비용 등을 부당청구하는 수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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