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살던 턱끈펭귄 로이와 실로는 둘 다 수컷인데 6년 동안 커플이었다. 수정란을 부화시켜 탱고라는 새끼를 부화시키기도 했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https://bit.ly/3kj776R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님, 봄은 무릇 많은 동물들에게 번식의 계절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럼 동물들은 번식만을 위해서 사랑을 할까 이런 궁금증이 들더라굽쇼. 인간 친구들처럼 쾌락과 친밀감을 위해서도 사랑을 나누지 않을까요? 동물 세계에 동성애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닷.
A 조기자가 답합니다
미국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살던
턱끈펭귄 로이와 실로 얘기부터 해야겠네. 둘 다 수컷인데 다른 암컷은 거들떠보지 않고 사랑을 나눴어. 서로에게 노래를 해 주고 목을 기대고 교미하고 결국 둥지를 틀었지. 알을 어떻게 낳았냐고? 둥근 돌을 주워 왔어. 보다 못한 수의사가 수정란을 갖다 줬더니 잘 품어서 탱고라는 이름의 암컷 새끼를 부화시켜 잘 키웠대. 2004년 뉴욕타임스에 실려 유명해진 얘기야.
뉴질랜드 오클랜드 수족관의 암컷 임금펭귄 델마와 루이스도 2018년까지 8년 동안 짝을 이뤄 화제를 불렀지. 적적한 동물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사람처럼 서서 걷는 펭귄이 특이한 동물이라고? 천만에. 호주의 야생 흑고니는 짝의 4분의 1이 수컷끼리야. 처음 암컷과 짝을 맺어 알을 낳으면 암컷을 쫓아내고 수컷끼리 살아. 덩치 큰 수컷끼리 살기 때문에 영역을 지키고 새끼를 길러내는 번식 성공률이 암수 짝보다 높대.
영장류인 보노보는 섹스를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삼는 동물인데 암컷 사이의 동성애가 흔해. 성적 행동의 60%가 2마리 또는 그 이상의 암컷 사이에서 벌어진다고 해. 무리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수컷 사자 사이의 부비부비 행동이나 수컷 코끼리 사이의 달콤한 관계도 흔히 관찰되지. 박쥐와 돌고래에서도 자주 보고되는 행동이야. 가축은 어떠냐고? 개, 고양이, 소, 말, 양 등도 마찬가지야. 특히 양은 수컷의 약 8%가 암컷을 거들떠보지 않고 수컷만 선호하는 성향을 지녔대.
비인간 동물의 동성애(생물학자들은 의인화 위험을 피해 ‘동성 간 성적 행동’이라고 하더군)는 아주 광범해. 앞에서 고등동물만 들었지만 성게나 선충, 잠자리를 포함해 1500종 이상에서 동성 사이의 성적 행동이 발견됐어.
이 문제는 진화론의 역설이야. 동성 사이에 아무리 공을 들이더라도 후손을 남기는 데 실패한다면 진화론에서 말하는 자연선택을 받지 못해 결국 사라졌어야 하는 형질 아니냔 거지. 그래서 동성애가 무슨 이득이 있는지 많이 연구되고 있어. 어떤 이득이 있냐고?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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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