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앞둔 경주마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은 오랜 논쟁거리다. 말과 기수의 방향,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동물학대라는 반박이 따라붙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 검색창에 ‘댕기자의 애피레터’를 입력하세요!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 저희 댕댕이들에겐 ‘긍정 강화’ 방식의 훈련이 이제 일반적입니닷. 때리거나 혼내키는 것보다
칭찬과 보상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인뎁쇼. 하지만 경기를 뛰는 말들의 엉덩이에는 사정없이 회초리를 치는 것을 보았슴다…! 맞으면 더 빨리 뛰는 것입니꽈?
A 조기자가 답합니다
경마장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말들이 죽어라 달릴 때 기수는 뭘 해? 채찍으로 쉴 새 없이 말을 내리치지. 돈을 건 관중들은 “때려, 때려!” 외치고. 말이 더 빨리 달리도록 하는 거지. 그게 격려일까 강압일까. 채찍을 맞은 말은 얼마나 고통을 느낄까. 과연 채찍질을 하면 말이 더 빨리 달리기는 할까.
유럽과 호주 등에선 수십 년째 계속되는 논쟁거리야. 경마를 관리하는 쪽에선 말과 기수의 안전과 방향을 잡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동물단체에선 불필요한 학대라고 반박하지. 매질은 많은 이가 경마를 회피하는 이유이기도 해.
말에 채찍질하는 건 오랜 전통이야. 왜 그렇게 하게 됐는지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이래. 사자 같은 초원의 포식자가 말을 공격할 때는 앞발을 들고 뛰어올라 말 엉덩이에 발톱을 박아넣지. 엉덩이에 고통스러운 압력을 느낀 말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려야 살아남아.
말하자면 채찍은 사자의 발톱을 흉내 낸 셈인데, 차이가 있어. 초원의 사자와 달리 말 등에 올라탄 기수의 채찍은 아무리 달려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이야. 동물행동 전문가들은 이걸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해. 좌절감을 느끼든 말든 말이 더 빨리 달리면 채찍질의 효과가 날 터이지만 실제로 그런 증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2011년 나왔어.
폴 맥그리비 호주 시드니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플로스 원’에 실린 논문에서 경마 기록을 자세히 분석했어. 그랬더니 경주마가 최고 속력을 내는 구간은 결승선에서 600~400m 거리로 나타났어. 채찍질은 언제 하냐면 결승선을 앞두고 막바지 순위경쟁에 돌입하는 400~200m 구간이었어. 그런데 채찍질을 한다고 속도가 높아진다는 증거가 안 나와.
2020년에도 비슷한 연구가 나왔어. 영국에선 1999년부터 수습 기수를 위한 경주를 하는데 채찍은 들고만 있고 손과 발만 쓰도록 돼 있어. 이 경마 기록 100여 건을 기존 경마 기록과 비교 분석했는데 채찍을 쓰고 안 쓰고는 말의 조종과 기수의 안전 그리고 말의 속도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어.
말은 채찍을 맞으면 어떤 고통을 느낄까. 자신의 허벅지에 ‘채찍 실험’을 한 말 행동 전문가가 있거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한 번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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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