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은 격려하고 칭찬하는 방식으로 훈련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억압적인 훈련은 장기적으로 개의 성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사태 이후 반려견을 들이는 사람이 늘면서 적절한 훈련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배변, 산책 행동 등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잘 배우는 것은 유기견 발생을 막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강아지 훈련소가 생기고 있지만 집에서도 앉아, 일어서, 가만있어, 이리와, 덤벼들지마 따위를 가르칠 수 있다. 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람이라면 교육할 때 윽박지르거나 야단치는 것보다 격려하고 달래는 쪽이 더 효과적이고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개 훈련은 야단치며 하는 게 나을까 어르는 편이 나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나 카타리나 비에이라 데 카스트로 포르투갈 포르토 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포르투갈에서 실제로 운영 중인 개 훈련소 7곳에서 훈련받는 개 92마리를 대상으로 훈련 방법이 개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3년에 걸쳐 조사했다.
폭발물 탐지견이 훈련 때 보상으로 테니스공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미 육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과학저널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벌을 주는 식의 억압적 훈련은 보상을 주는 훈련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며 동물복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전기충격을 가하는 목줄 등을 사용하는 등 억압적 훈련이 동물복지를 해친다는 논란이 벌어졌지만 “훈련 현장에서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훈련소의 허락을 받아 훈련 중인 개의 행동을 녹화하고 훈련 전과 후에 혈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를 측정하는 한편 훈련이 개에게 어떤 장기적 영향을 끼치는지도 조사했다.
훈련소 가운데 3곳은 먹이를 주거나 칭찬하기, 등 두드려 주기, 장난감 제공, 줄다리기 등으로 놀아주기 등 보상 중심의 훈련을 했다. 다른 4곳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콧잔등을 찰싹 때려 못하게 하거나 야단치기, 엉덩이를 눌러 앉도록 하기, 목줄을 당겼다가 원하는 앉는 동작을 했을 때 느슨하게 하기, 핥으려고 달려들 때 등 돌리기 등 억압적인 방식으로 훈련했다.
연구자들이 녹화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억압적인 방식의 훈련을 받을 때 개들은 훨씬 더 자주 스트레스와 관련된 행동, 곧 입술을 핥고 하품하며 빈번하게 헐떡였다. 또 긍정적인 강화 훈련을 받은 개들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도 훨씬 적었다.
연구 책임자인 비에이라 데 카스트로 박사가 반려견을 훈련하는 모습. 비에이라 데 카스트로 제공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훈련이 끝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79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개의 감정 상태를 조사한 실험이다. 실험방법은 먼저 방 한쪽 예컨대 왼쪽에 밥그릇을 두었을 때는 늘 먹이를 담고 오른쪽에 두었을 때는 비워두고 이를 익히게 한다.
본 실험은 밥그릇을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방 가운데 놓고 개의 반응을 보는 것이었다. 어떤 개들은 ‘반쯤 찬 컵’의 심리에서 재빨리 그릇으로 가 먹이를 먹으려 했지만 다른 개들은 ’반밖에 남지 않은 컵’ 심리에서 먹이가 없겠지만 한 번 확인이나 해 보겠다고 천천히 접근했다.
억압적 훈련을 받은 개들 가운데 후자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성향의 개들이 훨씬 많았다. 연구자들은 “야단맞을 가능성이 크다면 개들은 소극적이고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억압적인 방식이 많이 포함된 훈련을 받은 개는 훈련장뿐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복지 측면에서 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상을 주는 방식의 훈련이 억압적인 훈련보다 스트레스와 긴장을 덜 뿐 아니라 훈련 효과도 높이는지는 후속 연구과제로 남았다.
인용 논문: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250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