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개미는 때론 천장에 매달려 잠이 들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애니멀피플의 주간 뉴스레터를 담당하는 댕기자(견종 비글·6살)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해 ‘깨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홍섭스 애피랩’ 전문은 애피레터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피레터 구독신청하기 : 검색창에 ‘댕기자의 애피레터’를 입력하세요!
Q 댕기자가 묻습니다
선배님, 그동안 익숙해서 이상함을 못 느꼈던 것이 있는뎁쇼. 며칠 전 공원에 나갔다가 개미들이 나무나 벤치, 벽을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봤습죠.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스파이더맨’처럼 벽을 능수능란하게 오르더라굽쇼. 파리도 벽에 잘만 붙어있는 것 같습니당. 곤충들은 어떻게 벽을 걸어다니는 겁니꽈?
A 조기자가 답합니다
현미경으로 파리의 다리를 들여다본 적 있나? 다리 주변에 굵고 가는 털이 가시처럼 뻗어있고 다리 끝에는 양쪽으로 펼쳐진 고양이 발톱과 비슷한 발톱이 보일 거야.
좀 더 자세히 보면 두 발톱 사이에 넓적한 패드가 나 있어. 흡착반이라고 하는 부위인데, 오늘 관심사인 천장이나 벽을 걷는 핵심 기관이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보면 패드에는 섬유처럼 가는 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 털끝은 주걱처럼 뭉툭하고.
19세기부터 파리가 발바닥으로 무언가 끈끈한 액체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파리가 음식물이나 지저분한 물체에 앉아 세균을 옮기는 주범이 바로 이 패드였거든. 그런데 그 세부구조(나노구조)가 알려지고 그걸 로봇 등에 응용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야.
개미도 벽과 천장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고 때론 천장에 매달려 잠들기도 해. 개미의 발을 수십년 동안 들여다 보면서 연구해 온 데비 카실이란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 교수가 있는데 최근
전문가 매체인 ‘컨버세이션’에 개미가 어떻게 벽을 타는지 쉽게 해설한 글이 실렸어(당연히 영문이지만 번역서비스를 이용해 읽어 봐).
개미의 패드는 풍선처럼 부풀 수 있는데 벽이나 천장을 걸을 때는 부풀려 표면적을 늘리고 동시에 끈끈한 혈액림프를 분비해. 걸음을 옮기기 위해 발을 뗄 때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패드가 조금 전 분비한 혈액림프를 도로 흡수한다고 해. 벽에 체액을 남기지 않고 수거해 재활용하는 거지. 물론 미량은 벽에 남겠지.
이런 묘기를 파리와 개미만 부리는 건 아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벽 타는 곤충 300종 이상을 연구했는데 모두 끈끈한 발자국을 남긴다는 사실이 드러났어. 이런 동물에 견줘 사람은 뛰어난 암벽 등반가라도 벽을 타는 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져. 가장 큰 차이가 뭘까? 끈끈이? 아니야! 궁금하면 눌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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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김지숙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