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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열사병 걸린다…“동물원에 연못 필요”

등록 2018-08-14 13:48수정 2018-08-14 14:27

[애니멀피플]
코끼리 큰 몸 열 받으면 ‘저장’
“몸을 담가 열을 식힐 연못 필요”
전국 동물원 연못 있는 곳 드물어
지난해 7월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을 맞고 있다. 연못이 따로 없는 동물원은 사육사가 호스로 물을 뿌려주며 열을 식히지만, 올해같은 폭염이 또 온다면 코끼리들도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이다.
지난해 7월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을 맞고 있다. 연못이 따로 없는 동물원은 사육사가 호스로 물을 뿌려주며 열을 식히지만, 올해같은 폭염이 또 온다면 코끼리들도 열사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이다.
지난 5월4일 인도 동부의 자르칸드주 베툴라 지역의 팔라우 호랑이 보전 지역에서 4살 수컷 아시아코끼리가 열사병으로 숨진 일이 있었다.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 타임스’의 5월6일 보도를 보면, 당시 자르칸드 북서쪽 지역의 기온이 42도로 오르자 물이 부족한 지역이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야생동물은 탈수증상을 겪고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코끼리도 탈수증상 후 심장마비가 와 죽은 것으로 보도됐다.

열대지역에 사는 코끼리가 열사병으로 죽을 수 있을까. 인도의 사례에서 보듯 코끼리도 열사병으로 충분히 죽을 수 있고, 오히려 큰 몸 때문에 열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3년 ‘실험생물학저널’에 실린 ‘가장 적게 운동하는 동안의 아시아코끼리의 열 저장’ 논문을 쓴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 생물학과의 마이클 로웨는 코끼리가 몸에 열을 얼마나 저장하는지 실험을 했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오두본 동물원(Audubon Zoo)에서 암컷 성인 아시아코끼리의 체온을 측정했다. 실험결과 외부 기온이 8~34.5도일 때 태양 빛과 열에 노출됐던 코끼리는 56~100%의 열이 몸 중앙 부위에 저장된 거로 나타났다. (태양이 없는 밤에는 5~64%의 열만 저장됐다) 그는 논문에서 “큰 동물은 열을 몸 밖으로 방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일정하게 유지를 한다. 열대 환경에서는 열을 몸에 많이 저장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부 체온이 상승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동물원은 가자바의 폐사 이유 중 하나로 열사병을 꼽고 있다. 동물원에서 쓰러진 가자바에게 링거를 놔주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서울동물원은 가자바의 폐사 이유 중 하나로 열사병을 꼽고 있다. 동물원에서 쓰러진 가자바에게 링거를 놔주고 있다. 서울동물원 제공
지난 5일 서울동물원에서 폐사한 가자바도 열사병이 죽음의 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가자바가 죽은 5일 서울 최고기온은 33.9도(평균기온 30도)로 1일 최고기온 39도보다는 낮았지만 폭염, 열대야가 계속 됐기 때문에 몸에 쌓인 열 때문에 열사병을 이겨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가자바는 당시 발정 기간이라 다른 암컷 코끼리와 격리돼 있었기 때문에, 방사장에 있는 연못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용구 서울동물원 종보전연구실장은 13일 “수컷 코끼리는 발정이 시작되면 거칠어지기 때문에 통제가 안 된다. 다른 암컷과는 격리돼 있어 연못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발정으로 흥분해 체온이 올랐을 텐데 폭염까지 겹쳐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동물원은 건국대학교 수의대 쪽에 가자바의 조직검사를 의뢰해 둔 상태이지만, 구체적인 사망 이유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끼리가 더위에 취약한 만큼 코끼리 사육사에는 코끼리가 몸을 담글 만한 큰 연못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들이 자주 코끼리 몸에 물을 뿌려주는 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동물원과 대전오월드를 제외한 국내 동물원 코끼리 사육사에는 연못이 없다. 대전오월드 연못도 코끼리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좁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열사병은 급사로 이어진다. 연못과 모래 목욕할 공간, 발 관리, 행동풍부화훈련 적용, 사육사와의 교감과 세밀한 관찰 등 전시부적합종인 코끼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동물원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이 추정하기에 현재 전국 동물원 8곳에 코끼리 17마리가 살고 있다. 취재에 비협조적인 민간코끼리공연업체 제주도 점보빌리지에 있는 코끼리들도 더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는 연못뿐 아니라 그늘막도 부족해보였다. 지난 2일 낮 12시께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서 아시아 코끼리가 내실 건물 입구에 생긴 작은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는 연못뿐 아니라 그늘막도 부족해보였다. 지난 2일 낮 12시께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 코끼리사에서 아시아 코끼리가 내실 건물 입구에 생긴 작은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지난해 6월9일 미국 브롱크스 동물원, 코끼리가 머무는 넓은 공간에 큰 연못이 있었다. 뉴욕/최우리 기자
지난해 6월9일 미국 브롱크스 동물원, 코끼리가 머무는 넓은 공간에 큰 연못이 있었다. 뉴욕/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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