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이강운의 홀로세 곤충기
인간이 부른 생태 재앙…입추 맞은 자연 속에서 곤충을 생각한다
인간이 부른 생태 재앙…입추 맞은 자연 속에서 곤충을 생각한다
7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대발생해 화제가 됐던 대벌레. 따뜻한 겨울,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둥 추정과 넘겨짚기가 쏟아졌고 곤충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가 잇따랐다.
우화 중인 매미.
노랑어리연꽃
미나리꽃을 맛나게 뜯어먹는 산호랑나비 애벌레.
상사화
금꿩의다리
낯선 곤충은 무조건 혐오 도심이나 인간 생태계에선 낯선 곤충 이야기가 요즘 화제입니다. 매미나방, 깔따구에 대벌레까지. ‘돌발 해충’이라고 혹은 지구온난화를 거론하며 따뜻했던 지난겨울을 탓합니다. 외래종 붉은불개미 유입이나 매미나방 대 발생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벌레를 끔찍하다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곤충을 극단적으로 미워하는 분들이 많아질까 곤충학자로서 걱정도 됩니다. 반려동물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곤충의 가치 정도는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매미나방 애벌레
깔따구. 모기가 아니라 파리의 일종이다.
노랑초파리. 생물학 발전에 기여한 모델 동물이다.
대벌레, 외국에선 애완동물로 인기 배 마디가 대나무 마디 같아 대벌레라 부르지만 대벌레 목의 학명인 플라스미다(Phasmida)는 고대 그리스어로 판톰(phantom) 곧 유령이라는 뜻입니다. 새를 비롯한 육식성 포식자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식물의 일부처럼 위장하면서 비밀리에 행동하는 특성을 나타낸 것입니다. 대부분 대벌레가 고온 다습한 열대나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므로 대벌레 돌발 대발생이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들의 번식 방법을 생각해 보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분홍날개대벌레
대벌레의 알을 먹고 퍼뜨리는 직박구리.
대벌레의 알. 씨앗처럼 보인다.
거꾸로여덟팔나비 알.
날개대벌레
긴수염대벌레
매미나방 알집.
매미나방
무조건 기후변화 탓? 특이한 번식 방법으로 확산하는 대벌레의 돌발 발생이나 누적 된 개체수와 구조적 방한 시스템을 장착한 알집을 가진 매미나방 대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나 따뜻했던 작년 겨울 온도 때문만은 아닙니다. 심지어 관리 부실로 외부에서 정수장으로 서식지를 바꾼 깔따구까지 모두 기후변화라 하니 너무 어처구니없습니다. 전국적으로 또한 대략 5만 종에 이르는 모든 곤충 종들에 해당되어야 할 기후변화가 국지적으로, 몇몇 종에게만 적용되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한 근거 없이 애매하게 ‘기후변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예방적 차원의 조치나 환경친화적인 구제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보기 싫다며 살충제를 뿌려대나 그 살충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대로 산에 남아 농축이 되어 등산객의 건강을 해치는 원흉이 될 겁니다. 약 뿌리고 쾌적한 산림 환경이라니 뭔가 찝찝하지요! 결국 해충은 살아남고 해충의 천적 곤충과 야생동물, 인간이 피해를 보는 ‘살충제의 역설’이 현실화할 것입니다. 정확하게 생태 정보를 알려주고 환경친화적인 방제 방법을 설명했으면 대부분 시민이 이해하지 않으셨을까요? ■ 매미나방의 천적 동영상(홀로세 곤충방송국 힙(HIB) 제공) 생태계 내에서 폭발적이거나 돌발적인 곤충 발생은 비교적 흔한 사건입니다. 천적이 생기거나 없어지고 먹이가 풍부해지거나 감소하는 결정적 요인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생과 소멸로 생태적 변화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곤충 발생 속내를 들춰보면 극심한 환경 변화로 벌레가 자연스럽게 대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개발과 발전을 내걸고 자연과 환경은 뒤로 젖혀뒀던 인간들이 뒤늦게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즉 인재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깊은 산 속까지 길과 도로가 나고 가로등으로 늘 눈부셔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가 부서지고 살 데는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천적이 사람인데 나오고 싶질 않지만 서식 공간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해충 대 발생과 같은 생태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산과 강을 손대지 않는 생태적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사람과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잘못을 확대하면, 존재하고 있었으나 몰랐던 확연히 다른 생명체가 우연히 노출되거나 크게 발생하여 우리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린’을 외치면서 생명과 생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산 구석구석 태양광을 설치하고 겨우 지켜왔던 그린벨트를 과감히 훼손하려는 ‘그린 없는’ 개발 지상주의가 곤충 대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 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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