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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자설명회, 기고…검사장들의 동시다발 ‘여론전’

등록 2022-04-15 18:01수정 2022-04-15 20:53

김후곤·이원석 지검장 이례적 언론노출
대전지검장은 기자들 불러 설명회 열어

이원석 제주지검장의 <한국일보> 기고문
이원석 제주지검장의 <한국일보> 기고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이른바 ‘검수완박’ 추진을 공언하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검찰의 다각적인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 15일 이틀 연속 국회를 찾아 ‘고공전’에 나섰다면, 일선 검사장들은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한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기자 상대 설명회도 열렸다.

전국의 지검장 18명이 모여 7시간 마라톤회의를 벌인 이튿날인 12일, 김후곤(57·사법연수원 25기) 대구지검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김 지검장은 “검찰개혁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정치구호로는 그만할 때가 됐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 "개혁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과거에 몇가지 무리한 수사 때문에 검찰의 수사기능 전체를 박탈한다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검찰이) 추가로 증거를 수집하면 완벽하게 (범인이)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검사가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못하고 증거 수집도 못한다면 예컨대 성폭력 범죄에 관한 처벌이 잘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는 ‘가평 계곡 살인사건’을 예로 들면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재수사가) 가능한 것”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하지 못하면 검찰이 그런 사건들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국정농단 등 중대범죄 수사를 검찰이 하지 않으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제대로 한다는 어떤 대안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며 “결국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데 누가 좋아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원석(53·27기) 제주지검장은 14일치 <한국일보>에 ‘범죄가 처벌받지 않고 증발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구해주고 누명을 벗겨주고 죄지은 사람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한번 더 증거를 살펴보고 직접 관계인들의 호소를 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망은 2중, 3중으로 설치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점, 오만했고 살아있는 권력에 굴종했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렇지만 검찰이 힘 센 사람들에 맞서 YS·DJ·MB의 친족과 측근을 구속하고 경찰에서 밝히지 못한 국정원의 댓글조작을 바로 잡고, 국정농단 사건을 사법제도의 틀 안애서 해결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세상에 드러낸 역사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도 있도록 고쳐써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검수완박은 잘못된 방향임을 에둘러 지적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현직 검사장이 수사·기소한 주요사건 발표가 아닌, 법안이나 사회이슈를 주제로 실명 인터뷰를 하거나 언론에 기고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이 검찰로서는 존재 의의를 흔들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고 절박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검찰에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후곤·이원석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출신이지만,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들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석열 총장과 잘 아는 선후배 사이지만 인간적으로 엮인 관계는 아니다. 경찰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더니 직접 수사까지 완전히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나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노정환(55·26기) 대전지검장은 15일 오후 대전지검 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용규 인권보호관, 최영아 형사1부장, 최형규 기획검사 등과 함께 기자들을 맞은 노 지검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굉장히 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해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공무원의 도리라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연 뒤 “검수완박 법이 통과하고 3개월이 지나면 수사권이 사라진다. 그러면 (대전지검이 수사한) 월성원전 사건 자체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로 검수완박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검사는 정치권력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처지”라며 “검찰이 생긴 이래 검찰 권력이 정치 권력보다 더 강했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 조직의 권력을 빼고 싶으면 뺏을 수 있는 게 입법 권력이다. 왜 검찰권력이 크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노 지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검수완박법이 통과하면 월성원전 사건 자체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정환 대전지검장이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노 지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검수완박법이 통과하면 월성원전 사건 자체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조선시대 검찰인 사헌부는 왕과 권력자들에게 늘 눈엣가시와 같았고 심지어 성군인 세종과도 갈등을 빚었지만, 조선시대 500년 역사에서 사헌부 자체를 부정하고 폐지한 이는 연산군뿐이었다”며 “중국 현대사에서도 검찰이 권력자의 미움을 받아 폐지된 적이 있지만, 수많은 사람이 무고한 처벌을 받는 폐해가 발생했고 결국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검찰이 다시 설치됐다”고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지검장은 경찰대를 졸업(1990년) 경위로 임관됐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대전지검 쪽은 이날 간담회에서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김용규 대전지검 인권보호관은 “검사가 증거를 확인하면서 경찰의 기록을 검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검사가 피의자나 고소인에게 전화도 하고, 경우에 따라 사건관계인을 검사실에 불러 진술도 들어야 하는데, 검수완박이 되면 검사는 아무런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증거가 부족해 기소할 수 없으면 사건을 모두 경찰로 다시 보내 추가 수사를 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경찰의 수사력이 부족하다거나 경찰이 불공정하게 수사했다고 생각해 검사가 사건을 다시 검토해 보완수사해주기를 바라는 국민 의견은 모두 무시된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기자간담회 자료
대전지검 기자간담회 자료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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