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범죄자의 야반도주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한동훈 낙마’를 공언한 만큼 인사청문회를 대비한 속보이는 저자세 전략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강대강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민의힘의 문재인 정부 비판 단골 소재였던 ‘대통령 임명 강행’ 수순을 윤 당선자가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 후보자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까지 벌이는지 국민이 많이 궁금해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정권 교체 직전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려 한다는 취지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이틀째 국회를 찾아 민주당 의원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설득에 나선 상황에서, 되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타협 없는 강대강 충돌을 부추긴 것이다.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 한 후보자는 본인이나 다른 내각 후보자 관련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김앤장에서 일하는 미국 변호사인 배우자와 법무부 장관 업무가 이해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내용을 잘 못 봤다. 늦지 않게 답변 드리겠다”고 했다. 특히 여러 의혹이 쏟아지는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 과거처럼 검찰의 적극적 수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저도 인사청문회 당사자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들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통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라인’ 인사 독식에 따른 검찰 중립성 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실력과 그동안 공정에 대해서 보여준 의지를 기준으로 형평성 있는 인사를 하겠다.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만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 쪽이 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공정’의 기준으로 봐았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가 언급한 인사 기준인 ‘공정에 대해 보여준 의지’를 두고 현 정권 관련 의혹 수사를 하다 좌천된 윤석열 라인 검사 등을 언급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한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 구성을 두고도 향후 검찰 인사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준비단 팀장을 맡은 이들 모두 윤석열 라인 검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총괄팀장을 맡은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신상팀장을 맡은 김창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은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가 수사를 이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일했고, 한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각각 특수1부장, 특수4부장을 맡았다. 공보팀장을 맡은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 시절 대검 대변인이었다. 권 지청장은 한 후보자와 함께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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