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는 경기 광명시 광명 전통재래시장에서 지난 7일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기로에 선 광명시장 상인들
“용산은 일도 아니다…여기도 곧 폭발”
“용산은 일도 아니다…여기도 곧 폭발”
“시장 가게는 노른자위입니다. 상인들이 권리금을 2억원은 부르곤 하니까요. 그런데 그냥 내쫓으려 합니다.”
지난 1일 찾아간 경기도 광명시 광명3동 광명 전통재래시장에서 만난 ‘진미보쌈’ 주인 이용하(76)씨. 시장통에서 30년째 직접 빚은 막걸리와 두부김치, 홍어 등을 팔아 세 남매를 주요 대학에 다 보냈다. “내 몸에 불을 싸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만큼은 못 내준다”고 말하던 그는 잠시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뉴타운 광풍’이 몰아치기 전만 해도 이곳은 광명의 명소였다. ‘똘이네’는 녹두빈대떡 1장에 3000원, 국수 한 그릇에 1000원 받는 서민들의 가게이고, ‘춘자네’는 음식 나르는 종업원만 6명이다. ‘과일나라’는 오렌지 6개를 한바구니에 담아 1000원에 판다. 380여곳 점포의 거의 모든 상품이 1만원을 넘지 않을 만큼, 값이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 광명지역 서민들뿐 아니라 입소문을 듣고 서울 목동과 강남지역 손님들이 몰리면서 주말 방문자만 5만명을 훌쩍 넘는다. 전국 1570곳 재래시장 중 7위 규모로 승승장구했지만, 시장은 불과 2년 사이에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2009년 12월4일 이곳 시장을 포함해 광명3동 일대는 광명뉴타운 19C구역으로 촉진계획이 고시됐다. 처음에는 토지·건물 소유자들의 반대가 거셌다. 사업성도 불투명하고 재산만 반토막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골목마다 홍보업체(아웃소싱업체) 직원들이 조합 추진위원회 설립에 필요한 소유자 50%의 동의를 받으려고 돌아다니면서, 전체 상가의 99%에 이르는 상가 임차인들의 불안감도 커져갔다. 이들이 움직이는 만큼 소유자 찬성률이 오르지 않겠나 싶어서다. 이들도 상가 어귀에 “시민 여러분 도와주세요”, “전통시장은 삶의 터전이다”라고 적어 넣은 붉은 펼침막을 내걸고 뉴타운 반대에 나섰다.
식당을 하는 김인숙(49·가명)씨는 “용산 사태는 일도 아니다, 여기는 곧 폭발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1997년 구제금융 때 남편과 함께 은행에서 명예퇴직한 그는 8년 전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을 주기로 하고 가게를 넘겨받았다. 여기에 권리금 5000만원을 주고, 식당 시설 개·보수에 1000만원을 또 들였다.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한다는 김씨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해보다 안 돼 마지막으로 들어온다고 해서 ‘시장 바닥’이라고 부른다”며 “하루라도 쉬면 손님을 빼앗길까봐 밤낮없이 일만 했다”고 했다. 그런 김씨는 얼마나 보상을 받을까? 4개월치 영업손실 보상금 1200만원이 전부다. “상권 보상은요? 8년 동안 죽도록 일한 대가는요? 시설비도, 권리금도 사라지고 그 잘난 영업보상비 받아 어디 가서 뭘 하라고요?” 김씨 역시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이들이 상가 세입자들만은 아니다. 시장 안 뉴타운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수(72)씨. 빚을 안은 채 가게 12곳을 소유한 그도 세입자 못지않게 뉴타운 사업에 반대한다. 김씨는 “상가 세입자들한테 보증금을 돌려주고 영업보상비를 주고 나면 나는 손 털고 도망가야 한다”며 “아파트 하나 달랑 받아 입주하면 그때는 무엇을 하며 먹고살란 말이냐”고 목청을 돋웠다.
광명 전통재래시장처럼 서울·경기지역 뉴타운 사업장에는 크고 작은 재래시장과 동네 상가들이 있다. 광명시 관계자는 “뉴타운 사업구역에 세 들어 있는 이들의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광명/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