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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들여 치장한 길보다 ‘안전한 길’ 걷고 싶다

등록 2011-10-14 21:21수정 2011-10-14 23:08

서울시, 이렇게 바꾸자 ② 겉치레에서 안전으로
‘디자인 서울’에만 1163억원 쏟아부어
광화문 광장은 서너달 건너 새단장
안전관련 예산은 줄어 위험상황 방치
서울 중구 정동길 예원학교 담벽에 발광다이오드(LED·엘이디) 패널 4개가 70m 길이로 붙어 있다. 근대 시기 외국인들이 활보했던 정동길의 상황을 표현한 설치작품이다. 14일 오후 패널 2개에선 한국어와 영어로 된 텍스트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나머지 2개의 패널은 고장나 꺼져 있었다. 서울시가 2007년 11월 추진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다. 인근 정동극장 앞 아트벤치 ‘라디오정동’도 스피커는 사라지고 벤치는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었다.

서울시가 한강 뚝섬 인근 둔치를 녹색으로 단장하겠다며 둥그런 콘크리트와 흙을 만들어 쌓고 그물로 덮은 뒤 잔디를 심었으나, 지난 7월 하순 집중호우로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최병성 목사 제공(맨위).  서울시가 잠수교 차도와 보도 사이에 설치한 화강석이 지난 7월 하순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쓸려가, 화강석을 고정하는 철근이 위험스럽게 노출됐다. 최병성 목사 제공 (가운데). 서울시가 여의도 63빌딩 인근 한강 강둑에 바위와 자갈을 비스듬하게 깔았으나 뚜렷한 보호시설은 없어,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정동길에 설치된 엘이디 전광판 설치작품 ‘신세계 언어’ 중 녹슨 채 꺼져 있는 일부 전광판 옆으로 14일 오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맨 아래).
서울시가 한강 뚝섬 인근 둔치를 녹색으로 단장하겠다며 둥그런 콘크리트와 흙을 만들어 쌓고 그물로 덮은 뒤 잔디를 심었으나, 지난 7월 하순 집중호우로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최병성 목사 제공(맨위). 서울시가 잠수교 차도와 보도 사이에 설치한 화강석이 지난 7월 하순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쓸려가, 화강석을 고정하는 철근이 위험스럽게 노출됐다. 최병성 목사 제공 (가운데). 서울시가 여의도 63빌딩 인근 한강 강둑에 바위와 자갈을 비스듬하게 깔았으나 뚜렷한 보호시설은 없어,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하나로 정동길에 설치된 엘이디 전광판 설치작품 ‘신세계 언어’ 중 녹슨 채 꺼져 있는 일부 전광판 옆으로 14일 오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맨 아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표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디자인 서울’ 사업의 현주소다. 시내 곳곳을 물 샐 틈 없는 화강판석으로 뒤덮은 ‘디자인 서울 거리’ 조성에는 2008~2010년 1163억원이 집행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대문 디자인파크플라자 조성, 광화문광장 단장,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도 전시성에 치우치며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예산 2274억원이 들어간다던 디자인파크플라자 조성엔 잦은 설계 변경과 계획 수정으로 공사비가 4228억원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광화문광장 단장에도 애초 계획보다 100억여원 늘어난 494억원이 소요됐다. 2009년 8월 8억2100만원을 들여 ‘플라워카페트’를 만들었다가 넉달 뒤 11억5000만원을 써 스케이트장으로 꾸몄고, 다시 석달 뒤엔 1억7700만원으로 광화문의 앞뜰을 만들었다. 8개월 만에 시설 변경에 21억4800만원을 쓴 것이다.

대규모 토건사업과 전시성 사업에 많은 예산을 들이는 사이, 시민들의 안전 보호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을 개방한 뒤 차도와 보도 사이 경계석이 낮아 택시가 광장 안쪽으로 돌진하는가 하면, 광장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난간이나 가드레일이 없어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이 떨어지기도 했다.

도시 안전에 소홀하다 보니 방재 대책이 미흡해, 지난 7월27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참사와 같은 재해를 막을 수 없었다. ‘도심 홍수’에 대한 경고가 거듭됐지만, 광화문 일대는 폭우로 2년 연속 침수됐고 강남역 네거리도 비만 쏟아졌다 하면 물바다로 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해 예방을 위한 예산 확보와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 등 대책 마련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총예산 및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예산
서울시 총예산 및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예산
서울시 예산이 2002년 14조4000억원에서 2010년 2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동안, 교량·지하차도 등 도로시설물 유지관리 예산은 3096억원에서 269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관계자는 “시내 전체 530개 도로시설물 중에 20년 이상 된 것은 51%, 30년 이상 된 시설물은 26%”라며 “보수예산이 부족해 2006~2010년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견된 손상 중 32%는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서울시정을 두고 개발·성장의 시대가 지나고 향후 경제 침체·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민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도시정책을 전환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선규 성균관대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는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사업에는 자치단체장들의 관심이 적다”며 “표 때문에 치수·방재를 등한시해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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