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맨쇼’·경쟁적 인사정책
“조직피로도 누적·팀웍 떨어뜨려”
“조직피로도 누적·팀웍 떨어뜨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 내부에서 ‘워커홀릭(일벌레)’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그는 밤낮 없이 시정을 챙기고 휴일에도 빠짐없이 현장을 둘러보며 몸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실·국장이나 과장·팀장이 챙겨야 할 것까지 짚어주는 꼼꼼함을 보였다.
시장의 열정만 놓고 보면 민선 4, 5기 서울시정은 큰 성공을 거뒀어야 마땅할 터이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서울시 공무원들은 조직 수장으로서 오 전 시장이 시 공무원들의 자발성과 충성심을 끌어내지 못한 점을 아쉬워한다. 한 시 간부는 “의욕적인 오 전 시장이 강도높게 업무를 챙기다 보니 공무원들이 숨쉴 틈조차 없었던 것 같다”며 “갈수록 조직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직원들의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오 전 시장 재임기간에 경쟁적인 조직문화를 조장한 인사정책도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또다른 시 간부는“몇십년 근무한 공무원들은 나름의 업무 노하우와 실력을 갖고 있다”며 “행정은 똑똑한 공무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웍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현장시정추진단 같이 성과와 효율을 중시하는 신인사제도가 팀웍을 약화시킨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007년 “무능·불성실 공무원을 공직에서 퇴출시키겠다”며 재교육 프로그램인 현장시정추진단을 도입했다. 시행 초기 현원의 3%를 현장시정추진단 전출 대상자로 선정하도록 사실상 강제 할당한 이 제도는, 같은 부서 동료·선후배를 서로 경쟁자로 인식하게 하는 경쟁적 조직문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문제로 오 전 시장은 시 공무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지난 6·2 지방선거 때 시 공무원들로부터 시 전체 득표율을 밑도는 저조한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홍아무개 부사장은 “조직이 잘 굴러가게 하려면 리더가 직접 나서기보다, 구성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시 공무원이 흥이 나야 시민들에게도 만족할만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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