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출구에 마련된 간이판매대에 서울시의 일자리플러스 사업을 홍보하는 광고가 붙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오세훈 재임때 홍보비 1504억
“정치논리·치적 강박증 떨쳐야”
“정치논리·치적 강박증 떨쳐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 자리에 있던 5년 동안 자신이 한 일을 홍보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가 2006~2010년 4년 동안 쓴 홍보비는 1504억원으로, 고건 전 시장 재임 시기 홍보비 215억원의 7배, 이명박 전 시장 때 홍보비 391억원의 3.8배에 이른다.
홍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오 전 시장은 언론 보도에도 민감했다. 한 전직 시 간부는 시장 취임 초기 서울 전역의 열악한 노숙자 시설 실태를 파악해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보고했을 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오 전 시장이, ‘노숙자들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강좌’처럼 언론에 보도될 수 있는 사업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 재임 5년 동안 서울 거리 가판대와 지하철역 구내 게시판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립’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등 오 전 시장의 역점사업 홍보물로 도배됐다. 야당 등으로부터 서울시가 오 전 시장의 대권 도전을 뒷받침하려고 ‘시정 홍보’가 아니라 ‘시장 홍보’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말 서울시가 거리 가판대 외벽에서 시정홍보물을 제외한 담배·복권 광고물을 철거하면서는, 시가 공공시설물을 이용해 자기 홍보에만 치중한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는 올해까지 서울 곳곳에 시정 홍보관 16곳을 세우는 데 261억8300만원을 사용했다. 오 전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마곡 워터프론트’를 알리기 위해 2009년 73억원을 들여 만든 마곡홍보관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30여명에 불과하다. 34억짜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홍보관(하루 평균 131명), 10억원짜리 디자인서울갤러리(하루 평균 152명) 등 다른 홍보관들도 찾는 이가 드물다.
시민들과의 격의없는 소통과는 거리가 먼 일방통행식 과잉 홍보에 대한 반성은 시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한 간부는 “시민 참여가 필요한 정책의 경우 적극 알릴 필요가 있지만, 행정을 잘 하면 굳이 치적을 시가 나서서 알리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그동안 행정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면서 홍보 과잉이란 비판을 받았던 서울시정이 시민의 안전과 일상을 챙기는 행정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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